중국 대륙을 휩쓸고 있는 이른바 '우한 폐렴'이 먼 아메리카 대륙까지 상륙하면서 경계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거리는 멀지만 최근 특히 경제적·인적 교류가 늘어난 멕시코·콜롬비아·브라질 등지에서 의심 환자가 속속 발생했다. 우한 폐렴은 중국 전역에 이어 홍콩·마카오, 대만과 한국·일본·태국 등 인근 아시아 국가를 넘어 미국까지 7개국으로 번진 상태다.
22일(현지시간) 멕시코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타마울리파스 주에서 의심환자가 발생해 관찰 중"이라면서 "시민들의 각별한 주의를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사진 제공 = 멕시코 대통령실]
22일(현지시간) 안드레스 마두엘 로페스 오브라도르(AMLO·암로) 멕시코 대통령은 매일 여는 오전 기자회견에서 "타마울리파스 주에서 의심환자가 발생해 관찰 중"이라고 밝혔다. 현지 신문 밀레니오와 이코노미스타 등에 따르면 주 보건당국은 "아직은 열이 없고 기침·콧물 증상을 보이고 있는 의심 단계로 정밀 검사 결과는 오는 23일 안에 나올 것"이라면서 "의심 환자는 지난 달 25일부터 이달 10일까지 중국을 방문했고 특히 우한 폐렴 발병지인 후베이성의 우한 일대를 방문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우한 폐렴에 걸리면 보통 열이 나는 가운데 기침과 숨가쁨 등 호흡기 관련 증상이 나타난다. 당국에 따르면 현재 의심 환자는 병원 측과 계속 연락하면서 집에 격리된 상태다. 그는 타마울리파스 주 레이노사에 살고 있는 아시아계 50대 남성이자 멕시코국립공과대(IPN) 교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멕시코 타마울리파스는 미국 텍사스 주 접경지다. 앞서 미국 워싱턴 주에서는 중국에 다녀온 30대 미국인이 지난 19일 검사 결과 '우한 폐렴' 확진 판정을 받고 격리된 바 있다.
멕시코 정부는 중국 직항 비행편이 오가는 티후아나공항을 중심으로 전국 공항에서 우한 폐렴에 대한 검역을 강화하고, 중국에서 입국하는 사람들에 대한 특별 검역도 검토 중이다.
한편 콜롬비아에서도 의심환자가 나왔다. 콜롬비아 이민당국은 "중국 국적 19세 남성이 비행기를 타고 보고타 공항에 도착한 후 의심 증세를 보여 즉시 병원으로 보내 검사 중"이라고 22일 밝혔다.
현지 신문 엘티엠포 등에 따르면 의심 환자는 터키 이스탄불을 거쳐 이날 콜롬비아에 입국했다. 콜롬비아 정부는 의심 환자가 탔던 비행기를 소독하는 한편, 같은 비행기에 탔던 승객들에 대해서도 증상 확인 작업을 벌였다고 밝혔다.
같은 날 브라질에서도 의심 환자가 발생했다. 미나스제라이스 주 보건당국은 "벨루 오리존치에서 우한 폐렴 의심 환자가 보고됐다"면서 "35세 여성으로 최근 중국 상하이를 여행했는데 심각한 상황은 아니어서 정밀 검사 중"이라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브라질 의심 환자는 지난 18일 브라질에 귀국했고 급성 바이러스성 호흡기 질환 증세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브라질 보건부는 우한 폐렴이 국내에 전염되는 것을 막기 위해 보건 긴급조치를 발령했다. 이에 따라 전국 항구와 공항, 접경지 검역 조치가 강화됐다.
우한 폐렴이 처지면서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중국인들. [사진 출처 = 미국 폭스뉴스 영상 캡처]
우한 폐렴은 중국 우한 지역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매개로 걸린다. 병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자 중국 정부는 23일부로 발병지인 우한 일대를 임시 봉쇄하기에 이르렀다. 22일을 기준으로 중국에서만 17명이 사망했고 중국 내 확진자는 500여 명에 이른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22일 우한폐렴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바이러스가 변이 가능성이 있어 확산 위험이 크다"고 경고했다.글로벌 소비·관광업계도 충격에 빠졌다. 22일 프랑스 증시에서는 구찌·입생로랑을 거느린 케링(-2.07%)과 LVMH 모엣 헤네시(-1.12 %), 에르메스(-1.09 %), 로레알(-1.31 %) 등 4대 명품업체 주가가 일제히 대폭 하락했다. 멕시코 증시에서는 유명 관광지 칸쿤 공항을 운영하는 남동부공항과 아카풀코·마사틀란 일대 공항을 운영하는 북부중앙공항 주가가 각각 1.7%떨어졌다.
한편 남미 파라과이에서는 뎅기열 바이러스가 퍼지고 있다. 최근 몇 주 새 수천명이 감염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마리오 압도 베니테스 대통령은 "검사 결과 나도 감염됐다"고 22일 감염 사실을 밝혔다.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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