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계란을 집거나 피아노를 치고 가위질을 하는 등 일상생활의 다양한 손동작을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는 로봇 손이 개발됐다. 손을 쥐는 모양과 악력을 조절할 수 있고 어떤 로봇에든지 장착 가능해 로봇 손의 활용 범위를 대폭 넓혀 줄 것으로 기대된다.
도현민 한국기계연구원 로봇메카트로닉스연구실 책임연구원 연구진은 다양한 물체와 도구를 조작할 수 있는 사람 손 크기의 '인간형 로봇 손'을 개발했다고 22일 밝혔다. 사람 손가락의 움직임과 구조를 모사해 만든 이 로봇 손은 무게가 1㎏ 이하로 가볍고 4개의 손가락과 16개의 관절로 이뤄졌다. 총 12개의 모터로 구동돼 각 손가락을 독립적으로 움직일 수 있으며 3㎏ 이상의 물체까지 거뜬히 들 수 있다.
실제로 연구진이 개발한 인간형 로봇 손은 다양한 동작을 시연해 보였다. 로봇 손은 물이 담긴 500㎖ 페트병을 들어 올린 뒤 50㎝가량 떨어진 위치에 놓인 종이컵에 정확하게 물을 따르는가 하면, 4개의 손가락을 제각각 움직이며 피아노를 연주하기도 했다. 또 날계란을 깨지지 않게 집어 드는 것은 물론 사람 손처럼 계란을 바닥에 내리쳐 깨는 것도 자유자재로 구사했다.
연구진은 이처럼 로봇 손의 손가락을 사람의 손과 비슷한 수준으로 움직이게 하기 위해 좁은 공간에서도 여러 자유도로 움직일 수 있는 새로운 메커니즘을 개발했다. 특히 손가락을 움직이는 구동부를 손바닥 내부에 장착해 모듈화 했다. 기존 로봇 팔 구조를 변경할 필요 없이 로봇 손을 쉽게 장착할 수 있도록 만들어 활용도를 높인 것이다.
또 연구진은 로봇 손에 물체와 접촉을 감지할 수 있는 촉각 기능을 부여하기 위해 힘 측정 센서를 개발해 손가락 끝과 마디, 손바닥에 각각 장착했다. 손가락 끝의 힘 센서는 지름 15㎜, 무게 5g 이하의 초소형 센서로 로봇 손과 물체가 접촉할 때 손가락 끝에서 감지되는 힘의 크기와 방향을 측정할 수 있다. 손가락 마디와 손바닥에 장착된 피부형 촉각센서는 접촉 부위의 분포와 힘을 측정한다. 도 연구원은 "이런 센서들 덕분에 로봇 손은 물건을 쥐는 힘을 정교하게 조절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 결과를 토대로 지난해 국제특허(PCT)를 출원했다. 도 연구원은 "인간형 로봇 손은 사람 손의 섬세한 움직임을 모방해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도구 등 다양한 물체를 다룰 수 있다"며 "이번 연구 결과는 로봇 손의 작업 알고리즘과 로봇의 조작 지능을 연구하기 위한 플랫폼으로도 활용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다.
[송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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