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전세끼고 고가주택 산 1주택자 월세·친척집 전전 우려
입력 2020-01-21 09:32 
서울 시내 한 은행의 대출 창구 [사진 = 연합뉴스]

전세를 끼고 시가 9억원 초과 고가주택을 매입한 일부 실수요자들이 '12·16 부동산대책'으로 구입한 집 입주를 포기한 채 월세를 살거나 주택을 매각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12·16 대책' 이전 1주택 보유자의 전세금 반환 대출 주택담보대출비율(LTV) 한도를 40%로 해달라는 국민청원이 청와대에 접수됐다. '12·16 대책' 이전에 9억원 초과 고가 주택 구매자에 대해 9억원까지는 LTV 비율 40%를, 9억원 초과분에는 20%를 적용하는 새 규정 대신 일괄적으로 40%를 적용하는 기존 규정을 적용해달라는 게 청원의 요지다.
LTV 40%를 일괄 적용하던 기존 규제와 비교하면 시가 14억원 주택의 경우 대출한도가 5억6000만원에서 4억6000만원으로 1억원이 줄어든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강화분까지 반영하면 기존 규제와 새 규제 간 대출한도 차이는 더 벌어질 수 있다.
2~3개월 남은 세입자의 전세 만기 때 세입자를 내보내고 매입한 집으로 입주를 계획했던 이들이 자금사정이 빠듯할 경우 상황은 더 좋지 않다. 주택구입 시점과 세입자 퇴거 시점이 몇 달 차이 나지 않는 집 구매자는 그 기간 동안 친척 집에 잠시 얹혀살거나, 오피스텔 같은 곳에 월세를 내고 임시 거주해야 사례가 발생할 수 있어서다.

집 매도자가 새로 살 집을 구할 몇개월의 시간을 요청해 그 집에 전세로 잠시 머문 사례 역시 이번 '12·16 대책'의 문턱에 걸리게 됐다. 세입자를 퇴거시킬 자금이 부족해 집주인은 입주를 못 하게 된 것으로, 이런 계층은 시가 9억원 초과 주택을 보유한 사람에겐 전세대출을 내줄 수 없도록 한 새 전세대출 규제에 걸려 전세대출도 받을 수 없다.
정부는 '12·16 대책' 이전에 고가주택을 구입한 사람들에게 대출은 내주지만 기존 규정인 LTV 40%를 일괄 적용해주는 것은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전세를 끼고 주택을 매입한 일명 '갭투자'가 최근 주택시장 불안 원인 중 하나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청원에 관여한 A씨는 "전세 낀 고가주택을 실거주 목적으로 구입한 사람들은 내 집 마련 과정에서 전세가 낀 주택을 매입했을 뿐 투기 목적인 갭투자와 성격이 다르다"면서 "예고 없이 대출한도를 축소한 것이므로 기존 규제 비율을 그대로 적용해줘야 선의의 피해자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 관계자는 "이런 식으로 규제를 적용하면 주택구입 당시의 대출규제를 일일이 찾아가며 적용해야 하는 상황이 연출된다"면서 "새 규제가 적용되는 상황에서 신규 대출에 과거 규정을 적용하는 것은 소급 적용 문제도 있다"고 선을 그었다.
[디지털뉴스국 조성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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