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세계적 문화유산 자금성 안까지 차를 타고 들어가 찍은 사진을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에 올려 큰 논란을 일으켰던 중국 여성이 이번에는 시험문제 유출 논란에 휩싸였다.
20일 홍콩 명보에 따르면 지난 17일 오후 가오루(高露)라는 이름의 젊은 여성이 웨이보에 자금성 내에서 찍은 사진을 올려 파장을 일으킨 후 중국의 '누리꾼 수사대'가 그의 과거 행적을 파헤치고 있다. 당시 이 여성은 휴관일인 월요일에 태화문 앞 광장에 벤츠사의 스포츠유틸리티차(SUV)를 세워둔 채 친구와 함께 사진을 찍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등 외국의 국가원수에게도 허용되지 않는 자금성 내 차량 진입이 일개 개인에 허용됐다는 사실에 중국이 발칵 뒤집어졌다.
누리꾼 수사대가 밝혀낸 바에 따르면 가오루씨는 중국의 관광 정책을 총괄하는 중국여유국 국장을 지낸 허광웨이의 며느리이자, 혁명 원로 허창궁의 손자며느리다. 그의 배경이 밝혀지자 중국에서는 혁명 원로의 2세인 '훙얼다이(紅二代)'에 이어 그 자녀, 사위, 며느리 등 이른바 '훙삼다이(紅三代)'가 특권 의식에 젖어 위법행위를 저지르고 있다는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중국의 누리꾼 수사대는 가오루가 대학원 재학 시절 시험문제와 답안지를 휴대전화로 촬영해 유출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지난 2012년 가오루는 창춘이공대학 대학원에서 마르크스주의 전공 석사 과정을 밟고 있었는데, 당시 대학원생 영어 학위 시험을 치르면서 휴대전화로 시험문제와 답안지를 촬영해 이를 웨이보에 올렸다. 이에 대한 자신의 감회를 적은 글까지 같이 올렸다. 휴대전화 반입이 절대 금지되는 대학원 시험에서 휴대전화를 소지하고 들어가 시험문제와 답안지를 촬영해 유포했다는 사실에 중국 누리꾼들은 교육 부문에서도 특권층의 부정행위가 만연한 것 아니냐며 분노를 쏟아냈다.
창춘이공대학 측은 급히 조사를 벌인 뒤 성명을 발표해 "가오루가 학칙을 위반하고 휴대전화로 시험문제를 촬영한 것은 사실"이라며 "당시 감독 교사가 이를 적발하지 못했지만, 가오루는 논문 심사를 통과하지 못해 석사 학위를 취득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가오루는 웨이보나 동영상 플랫폼 더우인에 부를 과시하는 사진이나 동영상 등을 자주 올리는 왕훙(網紅·인터넷 스타)이기도 하다. 한 동영상에서는 각각 1000만위안(약 17억원), 580만위안(약 9억8000만원)짜리 명품 손목시계를 자랑한 적도 있다.
사태가 확산되자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는 논평을 통해 가오루 사태를 질타했다. 인민일보는 "중국의 소중한 문화유산이 봉건 특권층의 사유재산이 아니라는 인식을 누군가 깨뜨리려고 하고 있다"며 "이번 사건을 철저하게 조사해 밝혀내지 않으면 '깨진 유리창'처럼 만회할 수 없는 신뢰의 위기를 불러올 것"이라고 밝혔다.
[김제관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