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2회 연속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17일 오전 서울 중구 삼성본관 임시본부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이달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연 1.25%로 유지해 통화정책을 운용하기로 했다. 한은은 지난해 10월 3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한 바 있다. 이후 지난해 11월, 올해 1월 모두 '동결' 기조를 이어갔다.
이날 한은의 결정은 대·내외 불확실성과 국내 경기 저성장 우려 등이 추가 금리인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경제 지표 개선, 정부의 강도높은 정책 예고 등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상훈 KB증권 연구원은 "1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시장 예상을 웃돈 0.7%를 기록한 가운데, 1분기는 1% 수준이 예상돼 비둘기파의 인하 논거인 '디플레 우려'가 감소함에 따라 한은이 기준금리를 동결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중 무역협상으로 대외 불확실성은 감소하고 물가, 경기도 향후 개선이 예상되는 가운데 가계부채, 부동산 등 금융안정이 부각되며 동결기조를 당분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실제 12월 수출 감소 폭이 7개월 만에 한 자릿수로 축소됐고 1분기에는 전년 대비 전·월세 가격 기저효과로 인해 물가상승률 역시 1% 초반대로 반등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강도높은 경제정책을 도입하고 있어 한은으로서는 선제적인 결정을 내리기보다는 정책효과를 지켜보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는 1분기 대규모 재정지출을 예고했으며, 7일 대통령 신년사에서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한 바 있다.
때문에 이번 동결 결정은 사실상 예견된 바 있어, 시장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채권시장 역시 이번 금통위에서 기준금리가 동결될 것이라는 시각이 유력했다. 금융투자협회가 지난달 2∼8일 채권 전문가 2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99%가 한은이 이달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답했다. 나머지 1%는 기준금리 추가 인하를 예상했다.
금통위 의사록 등을 통해서도 한은의 금리 추가 인하가 어렵다는 분위기가 이미 감지됐다. 11월 금통위 의사록에서 향후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을 보여준 위원은 2명에 불과했다.
시장은 이번 금리동결 결정에 '소수의견'이 늘어날지도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금통위 회의에는 신인석 위원이 금리 인하 소수의견을 냈다. 이날 회의에서는 2명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만약 금리인하 소수의견이 확대될 경우 상반기 금리인하론에는 힘이 실릴 것으로 예측된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두 명(조동철, 신인석)의 금리인하 소수의견이 등장할 전망"이라며 "이주열 총재 역시 신년사 내용을 감안하면 기자회견을 통해 적어도 금리인하의 여지는 열어둘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디지털뉴스국 김진솔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