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김용균법' 시행 첫날 부터 노사 모두 '불만'
입력 2020-01-16 16:42  | 수정 2020-01-23 17:05

'김용균법'으로 불리는 개정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이 시행 초기부터 산업 현장에서 논란을 낳고 있습니다.

새로운 제도 도입에 따른 불가피한 진통으로 정부는 보고 있지만 개정법이 현장에 안착하려면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리는 게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오늘(16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개정 산안법은 이날부터 시행에 들어갔습니다.

2018년 12월 충남 태안 화력발전소 하청 노동자 고(故) 김용균 씨 사망사고를 계기로 전면 개정된 산안법은 하청 노동자 산재에 대한 원청 사업주의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정부는 지난해 1월 개정법 공포 이후 법에 맞춰 각종 하위 법령을 정비했습니다. 노동부는 개정법 시행을 하루 앞둔 어제(15일)에도 건설 공사 안전보건대장 작성 등에 관한 고시를 제정해 관보에 게재했습니다.

그러나 개정법은 시작부터 진통을 겪고 있습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최근 현대제철이 위험 작업인 도금 작업의 도급을 금지한 개정법을 피하는 '꼼수'를 부리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현대제철이 아연 도금 작업을 '부산물 제거 작업'과 '아연 투입 지원 작업'으로 나눠 부산물 제거 작업은 계약직을 뽑아 시키고 아연 투입 지원 작업은 하청 업체에 맡기기로 했다는 것입니다.

민주노총은 "도금 작업의 투입부터 마무리까지 전 공정을 도급 금지하는 산안법을 명백히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개정법을 지키려면 원청이 도금 작업 노동자를 직접 고용해야 한다는 게 민주노총의 주장입니다.

노동부도 도급 금지 작업의 경우 원칙적으로 전 공정을 도급할 수 없다고 봅니다. 다만, 노동부 관계자는 현대제철 사례에 관해서는 "구체적인 현장 확인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노동계는 정부가 국가인권위원회 권고에 따라 도급 금지 작업의 범위를 확대할 것도 요구하고 있습니다.

개정법이 '화학적 요인'만 기준으로 도급 금지 범위를 설정했다는 것입니다. 이에 따라 물리적 위험 작업은 도급 금지 범위에서 제외돼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는 게 노동계의 주장입니다.

앞서 인권위는 작년 11월 노동부에 "산안법에 따라 도급이 금지되는 유해·위험 작업의 범위를 확대하기 바란다"고 권고했습니다.

인권위 권고에는 외주화를 제한할 생명·안전 직결 업무의 기준 마련, 위장 도급 근절, 사내 하청 노동자의 노동 3권 보장 등도 포함됐습니다.

노동부는 오는 20일까지 인권위 권고에 대한 입장을 내놔야 합니다. 노동부는 개정법 시행 초기인 만큼, 추가 개정을 검토하려면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고 보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경영계는 최근 개정법에 대해 공개적으로 입장을 내놓지는 않았지만, 내부적으로는 부정적인 기류가 강합니다.

이재갑 노동부 장관이 개정법 시행을 앞두고 제조업, 건설업 대표들과 잇달아 개최한 간담회에서는 다양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개정법이 노동자 산재에 대한 사업주의 책임 범위를 넓히고 처벌 수위도 높여 범법자를 양산할 수 있다는 지적이 대표적입니다. 개정법에 따른 정부의 과도한 행정 조치로 경영 활동이 위축될 가능성도 경영계는 우려합니다.

노동부 관계자는 "개정 산안법은 산재 사고를 감축하는 데 상당한 효과를 낼 것"이라며 "초기에는 혼란이 있을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산업 현장에 안착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