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비가 올 때면 우리는 항상 걸음걸이를 주의한다. 하지만 그 후가 더 중요하다. 겨울에는 '블랙아이스'와 같이 보이지 않는 빙판길이 적지 않아 낙상하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하다. 대표적인 낙상으로 인한 질환에는 고관절 골절과 안면외상이 있다.
고관절 골절은 전형적으로 어르신이 앉아 있다가 일어나면서 혹은 걸으려고 하다가 옆으로 비스듬히 넘어지는 형태다. 낙상의 충격 자체가 워낙 적기 때문에 외상이 심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고령 대부분이 골다공증 증상을 갖고 있기 때문에 작은 충격에도 골절을 피하기 어렵다. 경희대병원 정형외과 유기형 교수는 "빙판길 등 낙상에 의한 고관절 골절은 대부분 넘어진 자세에서 꼼짝 않고 움직이지 못한 채 이동에 어려움을 호소한다"며 "고관절은 척추와 하지를 연결해주는 관절로 한 번 골절이 발생하면 자세를 바꾸는 것조차 매우 힘든 부위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고관절 골절은 욕창, 폐렴, 요로 감염, 심혈관계 합병증 등으로 이어져 급격한 노쇠로 접어들기 쉽다. 특히 여러 합병증으로 인해 고관절 골절 환자의 30% 가량이 골절 후 2년 내 사망에 이른다. 여러 질병 가운데 고관절 골절만큼 높은 사망률을 보이는 질환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이다.
유기형 교수는 "사소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작은 실천으로 골절을 예방할 수 있다"며 "빙판길이나 경사면 근처에서의 보행은 가능하다면 최소화하고,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관절 골절은 최대한 빨리 환자를 이전 상태로 돌려놓는 것이 중요한 치료 원칙이다. 의료사고에 가장 엄격하고 민감한 미국에서도 24~48시간 내에 수술해야 한다고 보고되고 있다. 또한 수술 대기 시간이 짧을수록 합병증과 사망률도 낮아진다고 한다.
유기형 교수는 "고령 환자에게 전신마취 수술이 위험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방치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발생하는 위험성이 훨씬 크다"며 "고관절은 한 순간도 쉬지 못하는 관절이기에 수술 후에도 가능한 조기에 환자가 통증 없이 견딜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체중부하 운동을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덧붙여 "비타민D는 체내 근력을 유지하는 중요한 물질로 고령 여성의 약 90% 가량은 결핍으로 진단되고 있다"며 "부족한 비타민D는 약물로 보충하는 것이 좋지만, 칼슘을 과도하게 섭취할 시 오히려 좋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골다공증 검사 후 복용여부를 결정하는 것을 권장한다"고 말했다.
주머니에 손을 넣고 걸어가다가 넘어지기도 하며, 음주로 인한 낙상 사례도 많다. 안면은 외상에 의한 손상 가능성이 높아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안면 부위는 해부학적인 특성상 골절의 양상과 처치 방법, 예후가 다양하다. 이로 인한 정확한 진단과 치료계획 수립이 다른 부위보다 어려운 편이다.
경희대치과병원 구강악안면외과 최병준 교수는 "기능적인 문제 뿐만 아니라 심미적, 정신적 장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안면외상은 초기 처치와 관리가 중요하다"며 "추운 날씨에는 장갑 착용을 통해 두 손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도록 하여 낙상시 안면을 방어해 부상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과도한 음주나 부주의한 빙판길 보행은 균형감각 저하로 낙상 위험도를 높일 수 있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안면골 골절이 일어나면 대부분 전신마취 하에 수술을 시행한다. 골절시 뼛조각의 변형이 있다면 수술은 필수적이다. 수술 후에는 발음과 씹는 기능회복을 위해 약간의 고정기간이 필요하다.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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