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8조` 韓커피시장 넘보는 외국계 사모펀드
입력 2020-01-16 15:16  | 수정 2020-01-16 16:28
투썸플레이스. [사진 제공 = CJ푸드빌]

국내 커피전문점 시장에서 외국계 사모펀드의 영향력이 점차 커지고 있다. 매년 1조원씩 성장하는 국내 커피 시장이 매력적일뿐만 아니라 현금창출력도 우수해 캐시카우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는 평가다.
16일 외식업계에 따르면 국내 커피전문점 상위 7개 브랜드 중 지난해 말 기준 매장수 1위는 이디야커피(3044개)다. 이어 스타벅스(1378개), 투썸플레이스(1180개), 엔제리너스(590개), 공차(574개), 할리스커피(564개), 커피빈(290개) 순으로 나타났다.
이 중 국내 토종 브랜드는 이디야커피와 엔제리너스 2개 뿐이다. 국내 스타벅스는 신세계그룹과 스타벅스 미국 본사가 각각 지분 50%씩을 보유한 스타벅스커피코리아가 운영한다. 미국 대표 커피전문점인 커피빈은 국내에 직접 진출해 모든 매장을 직영으로 영업하고 있다.
나머지 3곳은 모두 사모펀드 소속이다. 할리스커피는 2013년부터 국내 토종 사모펀드인 IMM프라이빗에쿼티가 인수해 운영하고 있다. 홍콩계 사모펀드 앵커에쿼티파트너스는 지난해 말 CJ푸드빌로부터 2025억원에 투썸플레이스를 사들였다. 공차 역시 지난해 말 유니슨캐피탈에서 미국계 사모펀드 TA어소시에이츠에 팔렸다. 매각 금액은 3000~35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사모펀드 소속 커피 브랜드는 실적 고공행진을 이루고 있다. 할리스커피의 경우 2013년 686억원에 불과했던 매출이 2018년 기준 1548억원으로 2배 이상 늘었다. 2018년 영업이익률은 16.9%에 달한다. 공차는 2018년 매출이 781억원으로 3년 전인 2016년(533억원)에 비해 46% 급증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107억원)은 569% 늘었다. 투썸플레이스는 2018년 영업이익률 10.6%로 CJ푸드빌의 캐시카우였던 만큼 올해도 안정적인 운영을 이어나갈 것으로 보인다.
[사진 제공 = 공차]
사모펀드가 국내 커피 브랜드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는 높은 시장 성장세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커피전문점 시장 규모는 2016년 5조5900억원에서 2018년 6조8000억원으로 성장했다. 2023년에는 8조6000억원 규모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 시장이 정체된 국내 외식시장에서 매년 1조원 이상 성장을 하는 시장은 커피와 배달뿐이다.
또 여기에 프랜차이즈 사업 특성상 현금 창출력이 뛰어나다는 점도 단기간에 높은 이익을 내야하는 사모펀드 입장에서는 매력적이라는 설명이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프랜차이즈는 단기간에 비용을 가장 손쉽게 줄일 수 있는 사업"이라며 "요즘 창업주 2세들이 국내에서 사업하기 원하지 않는다는 것도 프랜차이즈들이 대부분 사모펀드 소속이 되는 이유"라고 말했다.
대표적인 사모펀드의 커피 브랜드 매각 성공신화로는 공차가 꼽힌다. TA어소시에이츠에 매각하기 전 6년 동안 유니슨캐피탈이 공차에 투자한 금액은 600억원 가량이다. 매각 금액이 3000억원인 것을 감안하면 5배 가량의 시세차익을 거둔 셈이다. 이에 IMM프라이빗에쿼티도 2018년 말부터 외국계 사모펀드와 할리스커피 매각을 위해 접촉 중이나 성과는 아직이다.
다만 사모펀드 소속 커피전문점이 늘어나면서 국내 토종 브랜드가 설 자리를 잃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무리한 가격 인상과 고용 불안 등을 호소하기도 한다. 실제 맘스터치를 운영하는 해마로푸드서비스는 경영권을 사모펀드로 넘기는 과정에서 노조와 고용 문제를 놓고 갈등을 벌인 바 있다.
커피업계 관계자는 "아직까지 사모펀드 소속 커피전문점들이 눈에 띄게 가격을 인상하거나 직원들과 고용 문제를 두고 갈등을 벌이는 등의 문제를 겪진 않고 있다"면서도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한 사모펀드가 커피전문점에 대규모 투자를 하면 소규모 국내 토종 브랜드들의 사업 확장은 더욱 주춤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신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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