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대통령 권한 제한과 의회 권한 강화가 골자인 헌법 개정 추진에 나선다. 지지율 하락 탓에 '3선 개헌'이 어려워 보이자 방향을 틀어 후임 대통령 영향력을 약화시키고, 퇴임 후에는 하원을 주도해 권력을 휘두르려는 포석이다. 내각은 대통령 국정운영에 힘을 실어주겠다며 전격 총사퇴했다.
15일(현지시간) 푸틴은 국가위원회 고관 및 의원들을 상대로 한 국정연설에서 대통령 3연임 금지 및 대통령의 총리·내각 장관 임명권을 하원에 넘기는 두 가지 부분 개헌을 추진하자고 제안했다. 푸틴은 이날 연설에서 "같은 사람이 두 번 연속으로 국가원수직을 차지해서는 안된다는 데 동의한다"면서 "의회 권한 강화를 위해 하원이 총리·장관 등의 임명을 인준하고, 인준한 후보를 대통령이 거부하지 못하도록 하자"고 말했다.
15일 모스크바에서 국정연설을 하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 [로이터 = 연합뉴스]
푸틴은 작년 12월까지만 해도 대통령 임기를 2연임까지로 제한하고 있는 헌법 조항의 삭제 가능성을 거론해왔다. 그는 이날 입장을 뒤집고 대통령 권력 축소 방안을 내놓았다. 최근 푸틴의 국내 지지율이 하락하고 3연임에 대한 국민적 거부감이 드러나자, 이 계획을 접고 막후에서 권력을 행사하기 위해 더 큰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라는 관측이 나온다. 야당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와 미하일 카사노프 전 총리는 "푸틴이 종신토록 권력을 유지하려 한다"고 비난했다.이날 국정연설이 끝난 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총리는 내각 총사퇴를 전격 발표했다. 그는 "우리나라 대통령에게 필요한 모든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다"고 말했고, 이에 푸틴 대통령은 "협업의 현 단계까지 이뤄진 모든 것에 대해 감사하다"며 총사퇴를 수용했다. 이날 사퇴는 개헌 제안에 힘을 실어주는 한편 지지율 30%에 불과한 메드베데프를 새 인물로 교체해 국정 운영에 추진력을 얻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다만 푸틴은 메드베데프를 신설될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에 앉혀 국정 운영에 긴밀히 협조하도록 할 예정이다. 두 사람은 서로 대통령과 총리직을 나눠 차지하며 그동안 발을 맞춰왔다. 2000년 대통령직에 취임한 푸틴은 2차례 연임한 뒤 물러났고, 그 후 메드베데프가 2012년까지 대통령을 두 차례 지냈다. 푸틴은 그 뒤 2018년 3월 재선에 성공해 72세가 되는 2024년까지가 임기다. 메드베데프 후임에는 국세청장인 미하일 미슈스틴을 지명됐다.
[진영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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