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 한 방울로 중증 알츠하이머병(치매)를 88.6% 정확도로 진단할 수 있는 센서가 나왔다. 기존 센서보다 100배가량 민감하면서도 저렴해 알츠하이머병의 조기 진단 가능성을 높여 줄 것으로 기대된다.
KAIST 신소재공학과의 박찬범·스티브 박 교수 연구진은 피 한방울로 중증 알츠하이머병을 진단할 수 있는 다중 바이오마커 센서를 개발했다고 15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 8일자에 게재됐다.
연구진이 개발한 센서는 알츠하이머병의 대표적인 바이오마커(질병의 진행 정도를 진단하는 생물학적 지표)인 '베타-아밀로이드 42'와 '베타-아밀로이드 40' '총-타우 단백질' '과인산화된 타우 단백질' 등 4가지 물질의 농도를 동시에 측정할 수 있다. 이 센서를 이용해 실제 중증 알츠하이머병 환자와 정상인의 혈액 샘플을 비교 분석한 결과 민감도는 90%, 진단 정확도는 88.6%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랭뮤어 블로젯 기술'을 이용해 고밀도로 탄소나노튜브를 정렬해 알츠하이머병 진단 센서를 개발했다. 랭뮤어 블로젯 기술은 용액 위에 떠 있는 나노입자를 표면 압력을 조절해 원하는 배열로 단층 제작하는 기법으로 무작위로 정렬될 때보다 저항을 최소화할 수 있어 측정 민감도를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 탄소나노튜브는 지름이 나노미터(㎚·10억분의 1m) 수준인 원기둥 모양의 탄소 소재다.
이 센서를 활용하면 기존 중증 알츠하이머병 진단에 사용됐던 양전자단층촬영(PET)이나 자기공명영상진단(MRI) 장비에 비해 훨씬 저렴하게 알츠하이머병을 진단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 기존 진단 센서보다 측정 방식이 간편하고 제작 비용도 저렴하다는 게 연구진 측 설명이다. 박 교수는 "이번 연구는 이미 알츠하이머병으로 확정된 중증 환자들을 대상으로 했다"며 "치매 전 단계인 경도인지장애 환자의 진단 가능성을 시험하기 위해서는 코호트(특정인구집단)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송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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