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韓증시 외국인이 사면 오르고 팔면 내리고…국부유출 가속화 우려
입력 2020-01-15 18:01  | 수정 2020-01-15 19:39
◆ 외국인에 휘둘리는 한국증시 ◆
한국 증시가 장기 횡보하는 '박스피' 취급을 받으며 한국인에게 외면받는 사이 외국인들은 장기 투자로 보유 비중을 늘려가며 증시 방향타를 좌지우지하면서 시장을 초과하는 투자 성과를 올리고 있다. 외국인이 받는 배당금이 늘어난 것도 '국부 유출'을 논하기 전에 리스크를 감수하고 꾸준히 투자를 이어간 데 따른 정당한 보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15일 신영증권이 유가증권시장의 대외 개방 이후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지난 28년간 외국인이 국내에서 이익을 거두지 못한 해는 단 7개년도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동아시아 외환위기(1996~1997년)나 글로벌 금융위기(2008년) 등 전 세계적 경제위기가 왔을 때가 대부분이었다. 이 시기 외국인은 '잃기는' 했으나 코스피 하락률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선방했다. 1997년 코스피가 전년 대비 무려 42.2% 하락하고, 시가총액이 1년 만에 46조원 증발했을 때, 외국인은 32.1% 손실로 5조원을 잃는 데 그쳤다.
작년에도 외국인은 전체 코스피 수익률을 압도했다. 코스피는 2018년 말 2041.04에서 2019년 말 2197.67로 7.7% 올랐고, 시총은 1343조원에서 1475조원으로 9.8% 증가했지만 외국인 연간 수익률은 20%에 달했다. 2019년 연간 외국인 총수익은 예상치가 96조원대로 추산된다. 증시 개방 후 두 번째로 높은 수치다.
이는 작년 1~3분기 중간배당금만을 반영한 전망치다. 4분기 기말 배당금이 추가되면 외국인 총수익은 더 높아진다. 2018년 상장사 결산배당금은 21조원이었다. 2019년에도 이 수준의 배당이 이뤄진다고 가정하면 이 중 8조원이 외국인 몫이다. 코스피 전체 시총이 2019년 한 해 132조원 증가했다는 것과 비교하면 외국인은 상당한 수익을 챙겨가는 셈이다.
작년 12월까지 미·중 무역분쟁으로 부진했던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상장지수펀드(ETF), 리츠 등을 제외하고도 주식 2조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연중 5조원대 매도 공세를 펼치던 외국인은 작년 한 해 전체 동안 소폭 순매수로 돌아섰지만, 정작 외국인의 '셀코리아'를 비난하던 한국 개인투자자들은 5조원 넘게 매도했다. 국내 증시에서 한국 개인과 기관들이 차지하는 비중도 2018년 말 64.2%에서 2019년 말 61.9%로 줄어들었다.

외국인이 코스피를 훨씬 능가하는 수익을 낼 수 있었던 비결은 장기 투자로 키운 몸집으로 증시 방향성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외국인은 개방 이후 2004년 말 보유시총 비중이 42%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할 때까지 꾸준히 시총 기준 보유금액을 늘려왔다. 2008년 말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시총 보유금액은 2007년 말 308조원에서 166조원대로 줄었고 시총 비중도 28.9%까지 후퇴했지만 꾸준히 한국 증시에 투자를 이어갔다. 그 결과 2019년 말 외국인은 국내 증시에서 561조원을 보유하고 전체 시총의 38.1%를 점유하고 있다. 국내 증시에서 커진 외국인의 덩치는 힘으로 이어졌다. 2000년 이후 코스피와 외국인 순매수 간 상관계수를 60일 이동 평균 기준으로 신영증권에서 조사한 결과 2005년 하반기~2007년 1분기 0.2 수준으로 줄었던 상관계수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대부분 0.4~0.6선에서 등락하고 있다. 코스피가 오르내리는 것의 인과관계는 모르더라도, 외국인의 순매수 여부가 갖는 설명력이 20% 수준에서 40~60%대로 한 단계 높게 뛰어오른 셈이다.
월별 코스피 등락률을 봐도 외국인의 영향력은 여지없이 드러난다. 2010년 이후 2019년 12월까지 전월 대비 가장 지수가 많이 떨어진 달을 보면 어김없이 외국인의 대량 매도가 있었다. 한 달 만에 무려 13.37%나 지수가 하락한 2018년 10월 외국인은 한 달 만에 4조5730억원어치를 팔아 치우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외국인 독식 현상을 막으려면 부동산과 해외 투자로 간 국내 투자자금의 발길을 돌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오현석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한국인들이 자국 증시를 외면하는 사이 한국 주식을 사서 장기간 보유하는 외국인 중심으로 고착화하고 있는 게 문제"라고 꼬집었다.
[박인혜 기자 / 안갑성 기자 / 신유경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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