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코스피 3.5배 오를 동안 외국인 수익 35배
입력 2020-01-15 17:58  | 수정 2020-01-15 19:52
◆ 외국인에 휘둘리는 한국증시 ◆
개방 28년을 맞은 한국 증시에서 외국인 비중과 영향력이 더욱 커지고 있다. 기관투자가와 개인 등 국내 자금의 증시 투입이 부진한 틈을 타 외국인 보유 주식 시가총액 비중이 13년 만에 최고치로 올랐다. 이들이 연간 벌어들이는 수익은 100조원을 훌쩍 넘었다. 이미 주요 대기업 지분의 절반 이상을 보유한 외국인은 경영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것은 물론 주식시장을 흔들며 큰 이익을 챙겨 국부 유출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
15일 한국거래소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이 보유한 주식의 시총 비중은 개방 첫해인 1992년 4.9%에서 2019년 말 38.1%까지 상승했다. 외국인 보유 상장주식 금액도 4조1451억원에서 561조원대로 성장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28.9%까지 줄었던 외국인 보유 시총 비중은 2006년(37.3%) 이후 1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처럼 국내 증시에서 절대적 위치를 차지한 외국인이 시장에서 거둬들이는 수익도 급격히 커지고 있다. 코스피는 1992년 624에서 지난해 말 2197로 3.5배 상승하고, 시총은 같은 기간 85조원에서 1476조원으로 17.4배 성장했다.
반면 신영증권이 한국 증시 개방 이후 매년 코스피에서 외국인이 얻은 이익을 계산해본 결과 개방 첫해인 1992년 한 해 동안 2조7000억원 남짓이었던 '외국인 연간 총수익'이 2019년 96조원까지 수직 상승했다. '외국인 연간 총수익'은 전년 말 대비 보유 금액 증감액에 배당금을 더하고, 연간 순매수 금액을 빼 계산했다. 지난해의 경우 1~3분기에 해당하는 중간배당만 집계된 수치다. 4월 초 윤곽이 드러날 2019년 배당금을 반영하면 110조원에 육박할 수 있다. 연간 총수익을 기준으로 28년간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이 수익을 내지 못한 해는 7개 연도에 불과했다. 수익률 측면에서도 코스피 수익률을 압도했다. 28년 중 외국인 수익률이 코스피 증감률을 밑돈 경우는 단 세 차례뿐이었다. 전문가들은 기업의 직접금융시장으로서 실물경제와 금융시장을 잇는 연결 고리 역할을 해야 할 한국 증시가 한국 투자자로부터 외면을 받으면서 외국인이 손쉽게 과실을 따먹고 있다고 지적한다.
김학균 신영증권 센터장은 "외국인들이 한국 증시에서 나오는 부를 독식하다시피 하고, 정작 개인투자자의 국내 증시 외면이 확산되면서 국부 유출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박인혜 기자 / 안갑성 기자 / 신유경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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