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중대한 학교폭력 예방을 위해 범죄를 저질러도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 형사미성년자와 촉법소년의 연령을 기존보다 1세 하향 조정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중학교 1학년생 나이인 만 13세 학생이 소년법 적용사건 수준의 학교폭력 사건을 일으키면 엄하게 대처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교육계 안팎에선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15일 교육부는 '제4차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 기본계획(2020~2024)'을 발표했다. 교육부는 학교폭력예방법에 따라 5년마다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이번 4차 계획은 가해학생에 대한 교육과 선도를 강화하는 데 방점이 찍혔다. 특히 형법상 형사미성년자 연령을 13세 미만으로 조정하고, 소년법상 촉법소년 연령을 기존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에서 '만 10세 이상 13세 미만'으로 낮추는 방안이 주요 과제로 포함됐다. 앞서 정부는 2018년 7월 청소년폭력 예방대책 추진상황 점검을 위한 관계장관 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논의한 바 있다. 현재 소년법 개정안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인 상태다.
원용연 교육부 학교생활문화과장은 "촉법소년 연령 조정으로 소년법 사건이 줄어들 것이냐에 대한 반론이 있어 논의가 지연되고 있다"며 "20대 국회 종료로 법안이 폐기되더라도 법무부와 함께 다음 회기에서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촉법소년 연령 하향이 학교폭력 예방보다는 처벌에 무게를 두고 있어 교육계 안팎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법무부가 촉법소년 연령 하향 추진을 발표했던 2018년 12월 국가인권위원회는 "소년범죄 예방을 위한 실효적 대안이 아니다"며 "촉법소년의 범죄 비율이 실제로는 낮다"고 밝혔다. 같은 해 8월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도 "어린 소년범에 대한 낙인효과가 확대돼 소년의 사회화가 어려워지는 부정적 효과가 야기된다"고 했다.
이밖에도 교육부는 '우범소년 송치제도'를 적극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우범소년 송치제도는 학교폭력을 저지른 학생이 피해학생을 대상으로 2차 가해를 저지를 가능성이 높은 경우 경찰서장이 직접 관할법원에 송치해 소년보호사건으로 접수하는 제도다. 교육부는 이를 통해 학교폭력 피해학생과 가해학생을 신속히 분리하고 가해학생 선도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4차 계획에서 새롭게 담긴 추진과제 중에는 학교폭력에 대한 학교의 교육적 해결역량 제고, 피해학생 보호를 위한 사후지원 강화와 학교 안팎 협력체계 구축 등이 포함됐다.
교육부는 학교폭력 예방교육에 대해 교육과정과의 연계를 강화한다고 밝혔다. 각 단위학교에서 기술·가정, 영어, 체육, 진로, 한문 등 수업을 통해 학교폭력 예방교육을 자연스럽게 실시할 수 있도록 학생활동지 형태로 개발한 교과연계 어울림 프로그램을 확대하기로 했다. 현재 48곳인 통학형·기숙형 피해학생 지원센터는 오는 2024년까지 60곳으로 늘리기로 했다.
한편 학교폭력 피해를 경험하는 연령은 낮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가 지난해 9월 초4~고2 재학생 중 13만명을 표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전체 피해응답률은 1.2%였지만 초등학생은 2.1%였다. 같은 조사에서 중학생은 0.8%, 고등학생은 0.3%가 피해를 경험했다고 밝혔다. 매년 1학기마다 실시하는 초4~고2 재학생 전수조사에서 초등학생들의 학교폭력 피해응답률은 2017년 2.1%(2만6400명), 2018년 2.8%(3만5900명), 2019년 3.6%(4만5500명)로 매년 높아지고 있다.
교육부는 올해부터 모든 초등학교를 대상으로 학교폭력 예방교육 프로그램 '어울림'을 실시할 계획이다. 지난해까지는 전체 6087개 초등학교 중 2418개교(39.7%)가 해당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또 교육부는 지난해 전체 초·중·고등학교 1만1657개교 중 4506개교(38.6%)에서 실시했던 사이버폭력 예방교육을 올해 모든 학교로 확대한다.
[문광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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