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과 편의점이 올해 설 선물용으로 내놓은 초고가 와인 인기가 뜨겁다. 비싼 가격 때문에 팔릴 수 있을지 궁금했던 9000만원대 '신의 물방울' 와인과 500만원이 넘는 5대 샤또 세트가 잇따라 주인을 찾았다.
1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이 준비한 설 선물세트인 '로마네 꽁띠' 컬렉션 세트가 이달초 본점에서 판매됐다. 2006년산과 2013년산 빈티지를 묶은 1세트로 가격은 9100만원에 달하는 제품이다. 구매자는 법인으로 거래처를 위한 선물용으로 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의 물방울이라는 애칭으로 유명한 로마네 꽁띠는 탁월한 품질과 엄청난 희소성 탓에 대표적인 초고가 프리미엄 와인으로 꼽힌다. 실제 지난 2017년 런던국제와인거래소가 전 세계 와인의 실거래가격을 바탕으로 매긴 상위 10개 등급에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1년에 단 6000병만 생산되고 판매처도 와이너리가 심사를 통해 정하기 때문에 물량을 구하기도 쉽지 않아 국내에 들어오는 특정 연도의 빈티지는 많아야 15병 내외 수준이다.
편의점 GS25가 프랑스 최고의 와인으로 평가 받는 샤또 1등급 와인을 모은 '5대 샤또와인 세트'도 550만원이란 가격에도 불구하고 최근 팔려 나갔다. 샤또라피트로칠드·샤또마고·샤또무똥로칠드·샤또오브리옹의 2016년 빈티지와 샤또라뚜르 2008년 빈티지가 들어있는 패키지 상품이다. 한 그루 나무에서 한 병밖에 만들지 않고 그해 빈티지 품질이 좋지 않으면 아예 생산을 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 샤토디켐2002 빈티지도 지난달 말 설 선물용으로 판매를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5병 팔렸다. 1병당 가격은 48만원에 달한다.
이 편의점이 함께 선보인 3800만원짜리 로마네 꽁띠 2013년 빈티지도 매일 문의전화만 100여통이 몰릴 정도로 관심이 뜨겁다.
앞선 명절 시즌에도 고가 와인을 찾는 수요는 꾸준했다. 롯데백화점이 지난해 추석 샤또 무똥 로칠드2000 등 프랑스 보르도 5대 와인의 2000년 빈티지를 모아 선보인 와인세트는 당시 2500만원이란 가격에도 준비한 2세트가 모두 팔려나갔다. 백화점 관계자는 "남에게 주는 명절 선물의 특성상 일반 제품보다 가격 저항이 크지 않아 웬만한 가격대의 상품도 금세 동이 난다"고 설명했다.
한편 백화점 뿐 아니라 편의점까지 설 선물로 프리미엄 와인 판매에 뛰어든 것에는 명절 선물까지 온라인에서 구입하는 시대에 오프라인에서만 살 수 있는 제품군을 확대한다는 의미도 있다. 현재 온라인몰에서는 전통주를 제외한 술 종류는 판매가 불가능하다. 이에 맞춰 로마네 꽁띠 같은 유명 와인을 앞세워 고객들의 발길을 실제 매장으로 이끌려는 의도다.
[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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