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가 달시 파켓이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의 영어 자막을 번역할 때 겪었던 뒷이야기를 밝혔다.
15일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달시는 '기생충'의 아카데미상 수상 가능성에 대해 "외국어 영화상은 아마 받을 것 같다"며 낙관적으로 전망했다.
달시는 이날 방송에서 봉준호 감독과 각별한 인연을 공개했다. 첫 영화 번역을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으로 시작한 달시는 이후 넷플릭스에서 직접 번역한 '옥자'를 제외한 모든 봉 감독 영화의 번역을 도맡았다.
달시는 "봉 감독은 자막 번역의 과정에 대해서 매우 잘 이해하고 있고 자세한 것까지 미리 고민한다"며 "영어도 매우 잘해서 번역 시작 전에도 감독님과 미리 상의하곤 한다"고 전했다.
그는 영화 자막 번역에 있어서 가장 어려운 점을 묻는 말에 "스크린에 잠깐 나오니 짧게 써야 한다는 것"이라며 "'기생충' 번역 중 가장 어려웠던 것은 '짜파구리'를 번역하는 것이었다"고 했다. 그는 "'짜파구리'는 미국인들은 전혀 모르는 제품 명이니 결국 모두가 아는 라면과 우동을 합쳐서 'Ram-Don'으로 번역했다"고 했다.
달시는 우리나라 영화 번역 사업에 대해 "최근엔 젊은 번역가들이 많이 들어온 것 같고, 옛날에 비교하면 전체적인 번역 퀄리티가 좀 높아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사실 전문적인 양성 시스템은 없는 상황"이라며 "양성 프로그램이 좀 생기면 좋을 것 같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달시는 1997년 고려대학교 영어강사로 한국에 처음 왔다. 그는 한국 영화에 빠져 취미로 웹사이트에 영화평을 올린 것이 화제가 돼 영화 기자가 됐다. 이후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을 시작으로 영화 번역 작업에 참여해 현재까지 150여편의 한국 영화를 번역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디지털뉴스국 김정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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