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탈 화산, 더 크고 위험한 폭발 징후 포착…"최악의 상황 대비"

지난 12일 필리핀 수도 마닐라에서 남쪽으로 65㎞가량 떨어진 곳에서 발생한 탈(Taal) 화산 폭발 사태가 장기화할 우려가 제기됐습니다.

오늘(15일) 현지 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레나토 솔리둠 필리핀 지진화산연구소 소장은 전날 "이전에 발생한 탈 화산 폭발이 몇 달 간 지속됐다"면서 "현재의 화산 활동이 언제 끝날지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솔리둠 소장은 "그러나 폭발적인 분출 가능성에 대한 경보는 아마 몇 주간 유지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지진화산연구소는 지난 12일 탈 화산에서 높이 10∼15㎞에 달하는 테프라(화산재 등 화산 폭발로 생성된 모든 종류의 쇄설물) 기둥이 형성되고 수도권인 메트로 마닐라의 케손시 북쪽에까지 화산재가 떨어지자 경보 5단계 가운데 4단계를 발령해 현재까지 유지하고 있습니다.

수 시간 또는 며칠 안에 위험한 수준의 폭발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는 뜻입니다.

이 때문에 호수로 둘러싸여 있는 탈 화산섬과 인근 지역 주민과 관광객 3만여 명이 안전지대로 대피했고, 반경 14㎞ 이내 주민 50만명에게 대피령이 내려졌습니다.

어제(14일)도 용암 활동이 계속되고 높이 800ｍ의 짙은 회색 증기가 분출됐으며 화산재가 바람의 방향에 따라 인근 지역에 계속해서 떨어졌습니다.


또 분화구 주변에서 다수의 균열이 새로 나타나고 화산 지진이 이어지는 등 더 크고 위험한 폭발이 발생할 징후를 보였습니다.

리처드 고든 필리핀 적십자사 총재는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면서 주민들에게 화산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야 한다고 권고했습니다.

지난 12일 폐쇄됐던 마닐라 공항은 그제(13일)부터 부분적으로 항공기 운항을 재개했지만, 아직 정상화하려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일부 지역 학교는 오늘(15일)도 휴업했습니다.

탈 화산 폭발로 1911년과 1965년에 각각 1천300명, 200명이 사망했습니다.

이번 화산 폭발로 인해 직접적인 인명피해가 발생했다는 보고는 없었고, 우리나라 교민 피해도 접수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화산재 때문에 호흡기 질환자가 속출하고 방진 마스크가 품귀현상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필리핀 정부는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에 마스크에 대한 지원을 요청했고, 마스크 품귀현상을 이용해 바가지를 씌우거나 품질을 속이는 악덕 업주를 단속하고 있습니다.

동물보호단체는 화산섬과 인근 지역 주민이 급히 대피하면서 버려두고 간 가축과 애완동물 등이 생존 위협에 처했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