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하산 인사' 논란이 불거지고 있는 윤종원 신임 IBK기업은행장의 출근이 이번주 수습의 고비가 될 전망입니다.
대치가 장기화하는 것은 양측에 부담이 크고, 윤 행장이 적극적으로 대화 의사를 밝힌 만큼 머지않은 시점에 양측이 해법을 모색할 것으로 보입니다. 일단 이번주 초 열리는 노조 대토론회가 분기점입니다.
기업은행 노조는 13일 오후 본점에서 조합원들이 참여하는 대토론회를 진행합니다.
토론회에서 노조가 새 행장 출근 저지 투쟁의 취지와 경과를 조합원들에게 보고하고 조합원들은 저지 투쟁 관련 의견을 공유할 예정입니다.
노조 관계자는 "조합원이 1만여명에 이르다 보니 다 같이 의견을 나눌 기회가 잘 없기 때문에 집행부의 입장도 설명하고 조합원의 생각도 듣겠다는 취지"라고 토론회 개최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미리 정해놓은 방향은 없지만, 이번 대토론회를 계기로 갈등 해결을 위한 돌파구를 찾을 수 있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옵니다.
기업은행 노조는 경제 관료 출신인 그를 '함량미달 낙하산 행장'으로 규정하고 아침마다 출근 저지 시위를 벌였고, 윤 행장은 본점이 아닌 외부 임시 집무실에서 업무를 봤습니다.
윤 행장은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노조와 대화할 의사를 거듭 전하고 있습니다.
그는 "노조를 협상 파트너로 인정하고 언제든 만나겠다"며 직원들 편에 서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또 '바른 경영'을 경영 키워드로 제시하고 공정하고 투명한 인사를 강조했습니다.
노조 측은 아직 이에 응하지 않은 상황입니다.
노조 관계자는 "막무가내로 대화를 하지 않겠다는 것은 아니다. 우리도 대화에 열려있다"면서도 "지금 대화 상대는 윤 행장 개인이 아니라 현 상황을 자초한 정부와 집권 여당"이라고 말했습니다.
금융노조가 2017년 당시 문재인 대선 후보와 '낙하산 인사 근절'을 명시한 정책협약을 맺었는데, 약속을 뒤집고 낙하산 인사를 내려보낸 정부와 여당이 먼저 사과하고 제도개선 등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게 노조의 주장입니다.
은행 내부에서는 경영 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습니다.
기업은행은 통상 1월 중순 한날에 전 직원 인사를 발표하는 '원샷 인사'를 시행해왔는데, 이번에는 지연이 불가피한 상황입니다.
수석부행장을 포함해 부행장 5명의 임기 만료가 임박했고, IBK투자증권 등 계열사 3곳의 대표 임기는 이미 지난달에 끝났지만 후임자가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직원들 분위기는 뒤숭숭합니다. 관료 출신인 윤 행장의 전문성에 여전히 의구심을 제기하는 이들도 있지만, 인사 등의 문제를 고려할 때 윤 행장의 안착과 조직 정상화를 바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윤 행장이 공언한 대로 공정한 조직 문화를 기대하는 시선도 존재하는 상황입니다.
일단 노조는 이번 사태에 대한 정부·여당의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이 나오지 않는다면, 4월 총선까지 윤 행장 출근 저지 투쟁을 이어가겠다는 계획입니다.
기업은행이 3년 뒤 같은 논란을 막고 장기적으로 외풍에 흔들리지 않으려면 행장 인선에 공정성과 투명성을 담보하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입니다.
다만 이런 면에서는 윤 행장이 앞서 인터뷰에서 "임원 선임과정의 절차적 투명성과 관련한 부분은 정부와도 상의해보겠다"고 밝힌 만큼 실타래가 풀릴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옵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윤 행장이 '환영받으며 들어가고 싶다'고 한 만큼 노조와 대화로 방법을 찾지 않겠느냐"며 "이번 주를 지나면서 새 국면이 마련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