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김주하의 1월 10일 뉴스초점-공무원 '눈치·전례 증후군'
입력 2020-01-10 20:09  | 수정 2020-01-10 20:43
한 시민단체가 강원도 화천 산천어 축제가 동물 학대에 해당한다며 화천군수를 검찰에 고발했습니다. 낚시는 학대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주장과 오락을 위한 잔혹한 방식은 동물학대다라는 주장이 첨예하게 갈리고 있죠.

사실 이 축제의 동물 학대 논란은 이미 몇 년 전부터 있어 왔습니다. 축제의 대미를 장식하는 게 바로 산천어를 먹는 행위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축제의 장을 만드는 지자체는 그동안 어떤 행정조치도 하지 않았습니다. 축제가 지역사회의 이권과 관련 있어서일까요. 아니면 표를 의식해서 주민들 눈치를 보는 걸까요.

이런 일도 있습니다. 중증 치매에 걸린 노부부가 보호자 없이 장시간 방치됐다가 오물에 범벅이 돼 발견됐는데도, 지자체는 모른 척합니다. 요양 시설에서 여생을 보낼 재산은 있지만, 재산 처분이나 시설 입소를 결정할 자녀 등 보호자가 없는 게 문제였던 건데, 지자체는 성년후견제를 활용하면 후견인을 붙여줄 수 있음에도 '극빈층이 아닌데 돕다가 나중에 괜한 오해를 받을 수 있다.', '나중에 상급 기관이 문제 삼으면 네가 책임질 거냐'며 손을 놓고 있는 겁니다.

물론 공무원이 이렇게 따지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겠죠. 태풍 때문에 접안시설이 유실돼 섬 주민들의 발이 묶이자, 급한 대로 선박의 접안시설을 위한 예산1억 6,900만 원을 사용했다가 절차 위반으로 징계를 받은 공무원도 있거든요. 나중에 면책되긴 했지만, 당시 적극 행정을 했다 돌아온 건 징계였던 겁니다.

자 이제 우린 누굴 탓해야 할까요. 전례에 없다며 무조건 안 된다는 공무원? 전례에 없는 일을 해 가면서까지 시민을 도운 공무원을 징계하는 상급 기관? 이 '전례에 없다'는 이 말이 행정 복지 서비스를 회피하는데 악용돼서는 안 됩니다. 공무원의 일은 말 잘 듣기가 아니라 국민을 위해 행동하는 거니까요.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