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총선 3개월 코앞…학교로 뛰어든 정치권 "만 18세 모시자"
입력 2020-01-10 15:51  | 수정 2020-01-10 16:26

지난 8일 경기도의 한 고교 졸업식에 정의당 당원 6명이 모였다. 교문 앞에 줄지어 선 이들은 "오늘 졸업하는 01년생 4월 15일 총선 투표 가능"이라고 적힌 노란 피켓을 들고 학생들에게 졸업을 축하한다며 선거연령 하향 홍보를 했다. 교문 맞은편 길가엔 '만 18세 첫 선거를 축하한다'는 내용의 현수막을 내걸었다.
이날 졸업한 김효성 군(가명)도 2001년 12월생으로 선거연령 하향 덕에 올해 총선 투표권을 갖게 됐다. 김 군은 "부모님도 오신 졸업식인데 정문 바로 앞에서 유세활동을 하니까 불편했다"고 말했다.
만 18세에 투표권이 주어지면서 정치권에선 총선을 앞두고 만 18세 표 모집에 열을 올리고 있다. 정치인들은 고교 졸업식을 돌며 '만 18세 유권자'에게 얼굴을 비추고 있으며, 일부 학생들도 정치인 지지 선언까지 나섰다. 학교가 '정치장'으로 변모하는데 대한 우려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 교육부의 늦장 대처로 학생들이 선거법 위반에 노출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교육부에 따르면 선거 연령이 만 19세에서 18세로 하향 조정되면서 오는 4월 15일 총선엔 2001년 4월 16일 이후 ~ 2002년 4월 16일 이전 출생자에게도 투표권이 주어진다. 새롭게 유입된 53만표가 선거에 관건으로 떠오른 셈이다. 이중 고3 유권자는 약 14만명에 달한다.

이에 후보들은 앞다퉈 고교를 돌며 만 18세 유권자를 대상으로 홍보에 나서고 있다. 지방의 한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는 7일 고교 졸업식 유세 사진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리며 "졸업을 축하합니다. 선거연령 만 18세로 조정된 것도 잊지 말아달라"고 강조했다. 이 후보는 지역 고교 졸업식을 빼놓지 않고 참석하며 만 18세 선거권을 축하하는 글을 올렸다.
보수 정당 사이에서도 '고3 유권자'를 잡아야 한다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다. 최근 우리공화당 공식 카페엔 "18세 고3자녀를 두신 부모님 당원 동지분들은 미리미리 확실한 한표를 챙겨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는 글이 올라왔다. 자신을 고등학생이라고 밝힌 한 네티즌도 "보수정당이 지금까지는 선거연령 인하에 반대했더라도 이미 엎질러진 물"이라며 "미성년자 당원 모집 등 10대의 표심을 잡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글을 올렸다.
학생들도 적극적으로 정치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7일 안성 관내 고등학생 18명은 기자회견을 열고 안성시장 재선거에서 한 민주당 예비후보를 지지한다고 선언했다. 이들은 올해 졸업생들로 만 18세로 하향 조정된 선거법 개정안의 수혜자다. 같은 날 만 18세 고교 학생 16명은 정의당에 입당했다.
문제는 교내 정치활동에 관한 규정이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자칫 학생이 선거법 위반에 휘말릴 수 있다는 점이다. 학교의 기숙사 내 투표 독려는 선거법 위반이지만, 교실은 개별 학급단위의 공개성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다툼의 여지가 있다. 또 현행 선거법상 동호회 등 사적모임은 단체로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 이에 학생이 교내 정치관련 동아리 활동에서 특정 후보자를 지지하거나 비판하면 선거법 위반의 소지가 생길 수 있다. SNS 사용이 활발한 학생들이 선거 관련 잘못된 게시물을 온라인에 공유할 위험도 크다.
교육현장에선 교육부와 정부의 후속 대처가 느리다는 비판이 거세다. 충남의 A고 교장은 "학생들이 무리 지어 특정 후보에 관해 얘기하고 다닐 모습이 눈에 선하다"며 "어떤 게 법에 저촉되는지 판단이 없는 상태이고, 사전교육 시간도 부족한 상태에서 당장 개학이 걱정스럽다"고 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정치동아리 활동 등 사례별 선거법 위반 여부에 대한 판단는 선거관리위원회 소관"이라면서 "교육부는 2월 말까지 선거의 중요성 등을 다룬 교육자료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했다.
[신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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