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日정부, 곤과 전면전…한밤중 기자회견 열어 "강한 유감"
입력 2020-01-09 14:30 
일본에서 레바논으로 도주한 카를로스 곤 전 닛산 자동차 회장이 8일(현지시간) 레바논의 베이루트에서 기자회견을 하면서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AFP = 연합뉴스]

일본 정부와 사법당국이 레바논으로 도주한 카를로스 곤 전 르노 회장과의 전면적인 여론전에 나섰다.
곤 전 회장이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일본 사법체계에 대해 날선 공격을 이어가자 다급하게 대응에 나서는 모양새다. 기습적인 도주로 인해 일본 사법당국의 위신이 땅에 떨어진 상황에서 적극적인 대응으로 분위기를 바꿔보겠다는 목표다.
모리 마사코 일 법무상은 9일에만 두번의 기자회견을 갖고 곤 전 회장을 강하게 비판했다. 모리 법무상은 곤 전 회장의 기자회견 직후인 9일 새벽 0시 45분과 오전 9시 15분 기자회견을 자청하고 나섰다.
그는 "(곤 전 회장의) 비판의 대부분이 추상적이며 근거가 없어 비판이라고 보기도 힘들다"며 "일본의 공정한 형사 사법제도에서 정정당당하게 법원 판단을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도주는) 어느 나라의 어떤 제도에서도 허용될 수 없는 행위"라며 "도주를 정당화하려 일본의 법 제도와 운용에 대해 고의로 잘못된 정보를 퍼트리는 것을 간과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장관이 자정을 넘긴 시간에 기자회견에 나서는 것이나 수시간 후에 동일 안건으로 다시 기자들 앞에 서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모리 법무상은 "새벽이지만 즉각적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외신 등에 곤 전 회장의 일방적 주장만 전달될 수 있어 회견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일본 정부에서는 모리 법무상 기자회견을 비롯해 곤 전 회장 관련 내용은 일본어와 함께 영어로 외신기자들에게도 실시간으로 전달하는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일본 정부의 대변인 역할을 하는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도 9일 정례브리핑에서 "곤 피고의 주장은 일방적이며 전혀 설득력이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스가 관방장관은 "일본 형사사법제도는 기본인권을 보장하며 사안의 진상을 밝히기 위해 적정한 절차를 정해 운용하고 있다"며 "모리 법무상 뿐만 아니라 나 역시도 강한 유감의 뜻을 밝힌다"고 말했다.
곤 전 회장은 8일 밤 레바논에서 이뤄진 기자회견에서 일본 검찰과 닛산 측이 공모를 자신에게 범죄혐의를 씌웠다고 주장했다. 또 곤 전 회장은 수감돼 있는 기간 동안 비인도적인 대우를 받았다며 일본 사법제도를 강도 높게 비난했다.
당사자인 일본 검찰에서도 발끈하고 나섰다. 도쿄지검 사이토 다카히로 차석검사는 9일 새벽 홈페이지에 올린 논평을 통해 "일본 형사 사법제도를 부당하게 깎아내리는 주장으로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곤 전 회장이) 우리나라에서 재판을 받도록 관계기관과 협력해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강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도쿄지검은 지난 5일에도 곤 전 회장을 비판하는 논평을 내놓기도 했다.
곤 전 회장이 기자회견에서 자신을 모함했다고 주장한 사이카와 히로토 전 닛산 사장도 불쾌감을 드러냈다. 사이카와 전 사장은 일본 언론들과 만나 "(기자회견 정도의) 얘기라면 일본에서 얘기해도 될 것"이라며 "유죄가 두려워 도망친 것 아닌가 싶고 내 입장에선 또 배신당했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고 비난했다. 또 "르노닛산 통합 추진과 곤 회장의 부정은 차원이 다른 얘기"고 지적했다.
한편 전날 기자회견에서 곤 전 회장은 자신의 체포를 주도한 일본 정부 관계자의 실명 등은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그는 "아베 신조 총리는 관련돼 있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기자회견 내내 자신은 일본과 일본인을 좋아한다는 말을 수차례 반복하기도 했다.
[도쿄 = 정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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