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전세계적으로 인기 많은 나라이지만 나라를 이끄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인기 만큼은 형편없다는 미국 싱크탱크 조사결과가 나왔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이란, 베네수엘라 등을 향한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정책에 대해 대부분 국가 시민들이 뚜렷하게 부정적 평가를 내렸지만 유일하게 대북정책에 대해서는 긍정과 부정 비교적 고른 평가를 했다.
8일(현지시간) 미국 싱크탱크인 퓨리서치센터는 '2019년 글로벌 태도지향·트렌드' 연례 조사결과 보고서를 내고 이같이 밝혔다. 리처드 와이크 퓨리서치센터 글로벌 트렌드 조사국장은 "세계 33개 주요국 시민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미국 우선주의'를 내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29%에 불과했고, 64%는 지지하지 않는다는 입장이었다"고 밝혔다. 다만 나라로서의 미국에 대해 주요국 시민들의 54%가 호의적이라고 응답한 반면 38%는 비호감을 표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주요 33개국 시민들의 평가(수치는 지지율 기준) [자료출처=퓨리서치센터]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과 멕시코에서 특히 박한 평가를 받은 반면 한국과 이스라엘, 필리핀, 인도, 케냐, 나이지리아 등에서는 비교적 지지율이 높게 나왔다. 독일과 스웨덴, 프랑스와 스페인, 네덜란드 등 이른바 유럽 선진국에서는 75%가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고, 국경장벽 문제로 미국 정부와 갈등을 빚은 멕시코에서는 응답자의 89%가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았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외 정책에 대해 세계 33국 시민들은 대부분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자료출처=퓨리서치센터]
트럼프 대통령의 대외 정책 중에서 가장 혹평을 받은 것은 관세 전쟁과 기후 문제였다. 최악의 평가는 수입품 관세 부과로 68%가 부정적이라고 답했다. 이어 트럼프 정부가 2019년 파리기후변화협약 공식 탈퇴를 통보한 데 대해 66%가 부정적이라고 응답했고, 미국·멕시코 국경장벽 건설(60%), 이주민 제한 정책(55%) 순으로 부정적이라는 평가가 뒤따랐다.외교정책 부문에서는 대 이란 정책에 대해 응답자의 52%가 부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시절 이란 등과 체결한 공동핵합의(JCPOA)를 트럼프 대통령이 일방 탈퇴 선언하면서 갈등 불씨를 키운 데 따른 전세계 반응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은 대부분 부정적 평가가 50%이상이었지만 유일하게 대북정책 만큼은 비교적 고른 평가를 받았다. 대북 정책에 대해 전세계 시민들은 41%가 긍정적으로 평가했고 36%는 부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자료출처=퓨리서치센터]
와이크 조사국장은 보고서를 통해 "2002년 이후 미국 대통령에 대한 전세계 지지율 변화를 분석한 결과, 트럼프 대통령은 신뢰받지 못하는 인물로 꼽혔다"면서 "공화당 정권을 뒤엎고 집권한 오바마 전 대통령(민주당)이 집권했을 때 전 세계의 미국 대통령 지지율은 상승세로 반전했지만, 트럼프 대통령(공화당)이 집권하자 하락세로 다시 뒤바뀐 건은 눈여겨볼만한 변화"라고 밝혔다.2019년 퓨리서치 조사는 지난해 5월18일~10월 2일 동안 전세계 32개국·시민 3만692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퓨리서치센터는 긍정·부정적 응답률을 산출할 때 일부 극단적인 수치의 영향을 받는 것을 피하기 위해 평균치가 아닌 중앙치를 토대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과 외교 정책 평가는 조사 대상국 33국 중 '조사 산정 상 오류'로 리투아니아를 제외한 32개국만 대상으로 했다고 언급했다.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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