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김주하의 1월 8일 뉴스초점-시대 역주행 '공개수배'
입력 2020-01-08 20:06  | 수정 2020-01-08 20:35
신장 170cm에 건장한 체격, 전라도 말투. 7개월째 행적이 묘연한 국제 PJ파의 부두목 조규석의 신상정보입니다. 50대 사업가를 납치·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지요.

경찰은 이렇게 1년에 2번, 공개수배 명단 20명을 확정해 얼굴을 공개합니다. 해마다 2, 3만 부 정도씩 배치하죠. 경찰서에도 붙이고, 터미널, 역 등 사람이 많이 다니는 곳에 공개하고 신고를 기다립니다.

공개수배 검거율은 얼마나 될까요. 최근 5년간, 공개수배 피의자는 모두 72명. 이 중 33명이 붙잡혔으니 46%. 검거율만 보면 나쁘지 않습니다. 그런데 의문이 하나 생기죠. 요즘 같은 시대에 전단지보다는 포털에도 공개하고, SNS를 이용하면 더 효과가 커지지 않을까….

하지만 이렇게 하지 못합니다. 공개수배는 신상을 공개하는 만큼, 혹시라도 수배자가 극단적 선택이라도 하면? 또 나중에 혹시 무죄 선고를 받으면? 일을 되돌릴 수도 없고, 온라인 곳곳에 퍼져나간 신상정보를 죄다 지울 수도 없거든요. 경찰이 그 책임을 고스란히 안아야 하는 겁니다.

이해는 됩니다. 하지만 흉악범들의 수법은 하루가 다르게 교묘해지고, 또 악랄해지는데 이 범죄자를 추적하는 방법은 시대와 동떨어져야 한다는 건 문제가 있지요.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근다'는 말처럼요.

다른 나라들 역시 우리와 같은 공개수배 제도를 운용하고 있지만, 디지털 활용 면에서는 앞서 있습니다. 2016년 뉴욕 연쇄 테러 용의자는 수배 후 불과 3시간 만에 검거됐습니다. FBI가 뉴욕시민 수백만 명의 휴대전화에 신원을 공개했거든요.

제도 개선도 없이 필요한 법도 만들지 않고, 종이 한 장에만 의존하는 우리. 지금이 어떤 세상입니까. 유전자까지 확인해서 수십 년 전의 범죄도 확인할 수 있는 그런 세상인 거 맞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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