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중동 리스크에 속수무책 무너진 국내 금융시장, 회복 반등에도 여전히 `불안`
입력 2020-01-08 17:09 
이란 혁명수비대가 이라크 내 미군기지에 대한 보복 공격을 감행한 8일 코스피는 1% 이상 하락 마감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24.23포인트(1.11%) 내린 2,151.31로 장을 마쳤고, 원/달러 환율은 4.4원 오른 1170.8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사진 출처 = 이승환기자]

혼돈의 수요일이었다. 일촉즉발 상황을 이어가던 미국·이란 대치 상황에서 이란이 미군 기지를 공격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국내 금융시장은 대혼란에 빠졌다. 코스피는 급락했고 원/달러 환율을 비롯해 안전자산인 금, 채권물 가격이 상승하며 급격히 위축된 투자심리를 그대로 보여줬다. 다만 미국 측 인명피해가 없다는 소식과 함께 전면적으로는 확대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각 지수들은 오후 들어 안정세를 찾았다.
8일 코스피는 전일보다 24.23포인트 (1.11%) 하락한 2151.31에 거래를 마쳤다. 지수는 장 초반부터 약보합세를 보이더니 장중 한때 2137.72까지 떨어지기도했다. 지난달 미국과 중국 1차 무역협상 타결 이후 연말랠리에 힘입어 우상향을 달리던 지수는 한달 만에 2140선이 붕괴됐다. 막판으로 갈수록 외국인이 추가 매수세에 나서면서 2150선 문턱에서 마감했다. 코스닥 또한 오전 내 4% 가까이 빠지기도 했으나 충격이 완화되는 모습을 보이며 640선을 지켰다.
이날 국내 증시가 속절없이 무너진 데는 중동발 리스크가 현실화됐기 때문이다
앞서 AP통신 AP통신·CNN 등에 따르면 8일(현지시간) 오전 1시 30분쯤 이란혁명수비대는 이라크 서부 안바르주에 위치한 아인 알아사드 공군기지에 미사일 수십 발을 발사했다. 이후 미국 국방부는 공격 주체로 이란을 지목하고 필요한 모든 조치를 하겠다고 경고하면서 양국의 무력 전쟁 가능성이 크게 대두된 상황이다.
글로벌 정치 정세가 급박하게 돌아가자 안전자산일 달러, 금, 채권 등으로 자금이 몰리고 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4.40원(0.38%) 오른 달러당 1170.80원을 기록했다. 장중 한때 10원 넘게 급등하면서 1179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한국거래소(KRX) 금 시장에서 금 현물 가격은 전거래일 대비 2.14% 오른 1g당 6만10원으로 마감했다. 금 현물 가격이 g당 6만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8월29일 미국과 중국 무역 갈등이 고조된 당시 이후 처음이다. 거래량도 전날 대비 3배 가까이 늘었다. 국내 뿐 아니라 뉴욕상품거래소에서 2월 인도분 금은 전날보다 온스당 0.4%(5.50달러) 오른 1574.3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2013년 4월 2일(1604.30달러) 이후로 6년 9개월 만의 최고치다.
국고채 금리도 일제히 하락(채권값 상승)세를 보였다.
서울 채권시장에서 오전 10시께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2.3bp(1bp=0.01%) 내린 연 1.308%에 거래되고 10년물도 연 1.578%로 3.5bp 하락했다. 5년물과 1년물도 각각 1.9bp, 2.2bp 내린 연 1.401%, 연 1.290%로 금리 하락이 이어졌다.
그러나 미국 측의 피해 규모가 생각보다 크지 않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역시 이날 밤(미국 현지시간)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괜찮다(All is well)"고 언급하면서 3년물 국고채는 반등하며 1.363%, 10년물도 1.630% 상승 마감했다.
그러나 시장 전문가들은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장기화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란은 '미국 보복이 없으면 공격을 멈출 것'이라고 했고 미국은 대국민 연설을 취소하며 당장은 추가 확전 우려를 제한했다"면서도 "그러나 이란과 미국이 각각 '국가 테러 비례 대응', '모든 조치 취해 방어 나설 것'을 시사한 점은 중동지역 불확실성의 장기화를 예고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이날 금융당국은 긴급 금융시장점검회의를 개최하는 등 중동 지역 불안에 따른 긴급 모니터링에 나섰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난 6일 긴급경제관계장관회의 직후 금융시장 일일점검반을 구성하고, 가동을 시작했다. 중동 불안과 관련한 국제정세 및 국내외 금융시장에 대한 일일 모니터링 체계를 운용해나가기 위해서다.
금융위는 이날 오후 3시 사무처장 주재로 긴급 금융시장점검회의를 개최해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에 따른 국내 금융시장 영향과 파급효과를 점검하고 향후 리스크 요인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진다. 향후 변동 폭이 확대될 경우 당국은 컨틴전시 플랜에 따른 시장안정 조치를 조속히 시행할 계획이다.
[디지털뉴스국 김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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