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중동 `전면전 위기`…이란, 미군 주둔 이라크 기지에 미사일 십여 발 공격
입력 2020-01-08 11:44  | 수정 2020-10-28 14:06
이란혁명수비대가 국영TV를 통해 공개한 8일(현지) 새벽 1시 30분께 이라크 주둔 미군 기지 미사일 발사 장면 영상

"미국에 악몽을 가져다 주겠다"고 선포한 이란이 7일(현지시간) 미군 주둔 이라크 기지에 미사일 십여 발을 발사하면서 중동 발 전운이 짙어지는 모양새다. 소식을 접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즉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부 장관과 마크 에스퍼 국방부 장관을 호출해 국가안보긴급회의(NSC)를 소집했다.
이란 정예군인 혁명수비대(IRGC)는 8일 성명을 내고 "오늘 오전, 코드 '오사라·Oh Zahra'를 발동하고 미군 주둔 이라크 기지 미사일 십여 발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혁명수비대는 국영TV를 통해 "순교자 솔레이마니를 위한 작전(Operation Martyr Soleimani)으로 미국의 테러와 침략에 대항하는 것"이라면서 "미국은 자국 군인들의 추가 희생을 막으려면 즉시 철군하라"고 선언했다. 이란 측에 따르면 이번 미사일 공격은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이 지난 3일 미국 드론에 의해 살해된 시각과 동일한 오전 1시20분에 이뤄졌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이날 전했다.
혁명수비대는 보복 전면전을 예고했다.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수비대 측은 "솔레이마니 사령관 살해에 이스라엘이 협력자로 관여한 것으로 판단했다"면서 이스라엘을 행한 보복에 나설 가능성을 암시했다. 이어 "중동 지역 내 모든 미국 동맹국에 경고한다. 미국에 계속 의지하면 두바이 등에서 이란의 공격이 일어날 것"이라면서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을 가장 큰 시험에 들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8일 미국 국방부는 "미군 동맹군 방어를 위해 모든 필요한 조치 취할 것"이라고 응수한 상태다.

미군 헬리콥터와 드론 등이 다수 파괴되고 수십명 사망·부상 추측이 무성한 가운데 당장 미군 측 사망 소식이나 물질적 피해 상황이 명확히 전해지지는 않았다. 이란 측은 공격한 미군 주둔 기지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고, 조너선 호프만 미국 국방부 차관보는 8일 즉시 성명을 내고 "미군 주둔 이라크 기지 최소 두 곳이 공격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발표했다.
미국 ABC방송은 미군 관계자를 인용해 "이란 측에 공격당한 기지는 이라크 북부 아르빌과 서부 알 아사드 공군 기지 등 여러 곳으로 보인다"고 이날 전했다. 이란 측이 공격한 미군 주둔 기지 중 한 곳으로 알려진 알 아사드 공군 기지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방문해 "미군을 향한 이란의 그 어떤 대응도 막아내겠다"고 선언한 곳으로, 대통령이 된 후 처음으로 찾은 분쟁지역 주둔지라는 점에서 상징성이 있다.
이라크 미군 주둔 주요 기지 [사진 출처 = BBC]
이란과 국경을 접한 이라크 미군 주둔 규모는 5000여명으로 알려져 있다. 스테퍼니 그리셤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라크 내 미군 주둔기지 미사일 피격 정보를 보고받았고 국가안보팀과 상황을 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이날 밝혔다.
중동 지역 전운이 짙어진 가운데 알리 샴 카니 이란 최고 안보 회의 비서관은 현지 파르스 통신을 통해 "미국에게 악몽을 가져다 줄 13가지 보복 시나리오가 준비돼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8일 이란 측 미사일 공격 관련 대국민 연설에 나설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전면전 우려가 커지면서 이날 아시아 증시는 급락세로 출발했다.
미국은 이란과 이란 관련 테러단체들이 중동지역 유조선과 해외주둔 미군기지, 미국 본토 주요시설 테러 공격에 나설 것으로 보고 초비상 태세에 들어갔다. 트럼프 정부가 데프콘 레벨 2(적색 경보)를 발령할 것이라는 예상까지 나오고 있다. 미국에서 데프콘 레벨 2가 발령되었던 적은 미국과 옛소련 사이에 일촉즉발의 위기 상태로 치달았던 쿠바 미사일 위기(1962년 ) 당시 정도다.
당장 미국 해양청은 글로벌 석유 20%가 오가는 호르무즈 해협 일대를 지나는 유조선 등 선박에 경계령을 발령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무부는 미국 내에서 활동하는 친(親)이란 세력 레바논 헤즈볼라 비밀 공작원들이 미국내 주요 시설에 대한 테러를 기도할 가능성을 예의주시 중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4일 트위터를 통해 "이란이 미국인이나 미국의 자산을 공격할 경우를 대비해 미국은 이란의 52곳을 이미 공격 목표 지점으로 정해놨다며 강하게 반격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한편 7일 이란 남동부 케르만 주에서 열린 솔레이마니 사령관 장례식에서는 애도하는 이란 군중이 몰리면서 최소 56명이 깔려죽고 200여명이 다쳤다. 장례식이 열린 날 로하니 대통령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의 통화하면서 "미국은 솔레이마니 장군을 암살함으로써 중대한 전략적 실책을 저질렀다"면서 "미국의 이익과 안보가 위험에 처해 있으며 이 큰 범죄의 결과를 모면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AFP통신이 7일 전했다.
이란의 도발은 2017년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후 공동 핵합의(JCPOA)를 일방 탈퇴한 후 이란에 제재를 퍼부은 것이 중요한 배경이다. 공동 핵합의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시절 미국과 이란, 러시아, 영국, 프랑스 , 독일 등이 2015년 서명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일방 파기 하면서 이란과 미국 간 갈등골이 깊어지기 시작했다.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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