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독일·홍콩에 놀랐지만…ELS, 그나마 너밖에 없다
입력 2020-01-07 17:53  | 수정 2020-01-07 22:06
독일 금리 연동 파생결합증권(DLS) 여파와 홍콩 시위로 인한 H지수 불안으로 신규 발행이 큰 폭으로 줄었던 주가연계증권(ELS)이 지난달부터 인기를 회복하고 있다. 대표적인 '중위험·중수익' 상품으로 주가지수가 큰 폭으로 떨어지지 않는 한 안정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는 ELS에 기존 고객들이 다시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증권사들은 기대수익률(쿠폰 금리)을 연 7%까지 올리면서 낮은 수익률에 실망했던 투자자들을 다시 끌어들이고 있다.
7일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달 발행된 ELS 규모는 6조7361억원(원화 기준, ELB 제외)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5월 8조5039억원을 기록했던 ELS 신규 발행액은 지난해 8월부터 급격히 위축됐다. DLS 사태로 ELS 원금 손실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8월에는 4조2748억원, 9월엔 4조4252억원만 ELS에 신규 투자됐다. 6개월 전에 비해 절반가량 줄어든 것이다.
ELS는 주가지수가 박스권에서 움직이거나 소폭 하락할 때 6개월 만에 조기 상환이 가능해서 투자 원금과 이자를 돌려받는 상품이다. 투자자들은 그 돈을 다시 ELS에 투자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지난해 9월엔 총 6조3000억원가량이 상환되었음에도 불구하고 4조4252억원만 재투자됐다. ELS에 대한 불신 때문에 재투자를 꺼린 것이다.
특히 작년 3분기에는 저금리가 계속되고 증시 변동성도 줄어들면서 ELS의 연 기대수익률이 낮아졌다. 증권사는 증시 변동성에 따른 파생상품 운용과 금리로 ELS 운용 수익을 얻는데, 두 가지가 모두 낮아지자 고객들에게 제시하는 쿠폰 금리도 덩달아 낮아지게 된 것이다. 여기에다 대부분 ELS에 들어가는 기초자산인 홍콩 H지수가 홍콩 시위 장기화로 불안한 양상을 보이는 것도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
그러나 은행 이자가 연 1%대로 낮아진 상황에서 그나마 안정적으로 높은 금리를 제시할 수 있는 대안이 별로 없자 다시 ELS로 투자가 몰리기 시작했다. 진양규 금융투자협회 파생상품지원부장은 "불안심리로 잠시 주춤했던 ELS 투자자들이 다른 대안을 찾다가 결국 ELS만 한 고정 수익을 줄 수 있는 상품이 없자 다시 ELS 투자에 나선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지수형 ELS는 2000년 초반 상품 출시 이후 손실 사례가 적은 비교적 안정적 상품이라 투자자들이 다시 선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증시 변동성이 커지면서 증권사들이 지난해 하반기보다 높은 쿠폰 금리를 제시하면서 중위험·중수익 상품으로서 ELS 매력이 부각되고 있다. 작년 10월엔 낮은 증시 변동성으로 대부분 지수형 ELS가 연 3~4% 기대수익률을 제시했다. 그러나 최근엔 지수형 ELS 중에도 연 7%대 상품이 나오고 있다. 삼성증권은 원금손실 진입구간(낙인구간)이 55%며 연 기대수익률이 7.3%인 ELS를 이번주 출시했다. 만약 3년간 H지수, S&P500, 유로스탁스50지수가 45% 이상만 떨어지지 않으면 연 7.3% 이자를 기대할 수 있는 상품이다. 미래에셋대우도 달러 투자 상품으로 낙인구간 50%에 연 기대수익률 6.3%인 ELS를 출시했다. 신한금융투자는 낙인구간이 없으면서도 연 5.1%를 제시하는 ELS를 출시했다.
투자자 불안이 컸던 홍콩 H지수 대신 중국 선전지수인 CSI300지수를 넣은 상품들도 다수 등장했다. 홍콩 H지수는 지수 급락으로 2016년 조기 상환이 계속 미뤄지면서 투자자 불안을 초래한 이력도 있는 터라 증권사에선 아예 다른 지수로 대체한 것이다. 2018년 12월 ELS 기초자산군 중 가장 발행 액수가 많았던 것은 H지수, 다우존스, S&P500이었는데 작년 12월엔 2위로 밀려났다. 대신 CSI300지수와 다우존스, S&P500지수를 조합한 ELS가 최근 한 달간 500억원가량 발행됐다.
미래에셋대우가 내놓은 기대수익률 연 6.3%인 ELS 역시 CSI300과 유로스탁스50, S&P500 지수를 넣은 상품이다. CSI300지수는 다소 부침이 있었던 홍콩 H지수와 달리 지난 8월부터 안정적인 우상향 추세를 보이고 있다. 한편 최근 한 달간 가장 많이 발행된 기초자산 그룹군은 다우존스와 닛케이225, S&P500을 조합한 ELS였다. 그다음으로는 다우존스와 S&P500, 코스피200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가 발행 규모에서 뒤를 이었다.
[김제림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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