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더넓은 집으로 옮기고 싶은데…", `매물 절벽`에 실수요자들 발동동
입력 2020-01-07 17:35  | 수정 2020-01-07 20:31
서울 마포 래미안푸르지오에 거주하는 직장인 김 모씨(39)는 지난달 집을 내놨다가 이달 초 다시 매물을 거둬들였다. 당초 계획은 시세 12억원가량 하는 현재 살고 있는 집을 판 뒤에 15억원대 강남 아파트로 갈아타는 것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말 정부가 15억원 초과 아파트에 대한 대출을 전면 금지하는 12·16 부동산대책을 발표한 후 이사 계획은 물거품이 됐다. 주택담보대출비율(LTV) 40%만큼 대출을 받지 않고서는 도저히 자금을 마련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12·16 대책 이후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급감하고 있다. 15억원 초과 대출 금지, 9억원 초과 대출 한도 축소 등으로 매수 심리가 약화된 데다 좀 더 가격이 비싼 '상급지'로 갈아타려는 수요도 원천 차단되면서다. 그러나 거래량은 급감했지만 시세가 떨어지는 양상은 아니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합헌 결정 등으로 수익성에 직격타를 맞은 강남 재건축 단지 외에 서울 아파트 시세는 강보합세다.
7일 KB리브온에 따르면 서울 매매거래지수는 지난해 12월 마지막주(30일 기준) 27.3으로 12·16 대책 발표 전(12월 셋째주) 41.3에서 뚝 떨어졌다. 매매거래지수는 KB리브온이 전국 주택 매매거래 동향을 '활발함' '한산' '보통' 등으로 분류해 활발함의 정도를 지수로 표현한 것이다.
강북 매매거래지수도 지난해 12월 30일 21.6으로 대책이 나오기 전(12월 셋째주) 41.6에 비해 반 토막이 났다. 강남 매매거래지수도 대책이 나오기 직전 40.8이었으나 연말에는 33.8로 크게 줄었다.

서울 송파구 잠실 '엘리트(엘스·리센츠·트리지움 아파트)'는 15억원 이상 매매 거래 '0건'을 기록 중이다.아파트 3곳이 총 1만5000여 가구 신도시급인 이곳은 대책 발표 전(12월 1~16일)까지 거래량이 총 19건이었으나 발표 후엔 거래가 전무하다. 잠실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12·16 대책 이후 매물은 기존에 나와 있던 수준 그대로인데 매수 문의는 하루 6건에서 2건으로 많이 줄었다"며 "현재 매수 문의는 대출이 안 되던 '갭투자'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거래량이 줄었지만 호가는 계속 오르고 있다. 성수동 롯데캐슬파크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급한 집 빼고는 물건을 내놓은 사람이 없다. 급매를 문의하는 사람들은 더러 있지만, 서울 내 입지 좋은 아파트는 급매로 던지지 않는다. 호가도 조금씩 오르고 있다"고 했다.
[이선희 기자 / 박윤예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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