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은행 중심의 금융그룹사들의 실적 잔치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뱅커 1000여 명이 연말연초 둥지를 떠나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실제 신한금융그룹(2조8960억원)과 하나금융그룹((2조404억원)은 지난해 3분기 누적 순이익이 사상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KB금융그룹(2조7771억원)은 지난해와 비교해 주춤했으나 절대 수준은 역대 2번째 호실적을 거뒀다. 우리금융그룹은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 1조 6657억원 등 경상 기준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NH농협금융도 1조3937억원으로 3분기 누적 기준으로 역대 최대치다. 이는 지난해 연간 순이익 1조2189억원보다도 많다.
이 같은 호실적 행진에도 KB국민·신한·KEB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은 지난해 11월 말부터 희망퇴직 절차를 밟고 있다.
KEB하나·NH농협은행에선 지난해 12월 말로 각각 369명, 356명의 뱅커들이 희망퇴직을 했다. KEB하나은행은 1964년과 1965년에 출생한 직원 277명이 희망퇴직했다. 이들에겐 각각 22개월치, 31개월치 평균임금과 함께 자녀 학자금(1인당 최대 2000만원), 의료비(최대 2000만원), 재취업·전직 지원금 2000만원이 지급됐다. 만 15년 이상 근무하고 만 40세 이상인 직원 92명도 '준정년 특별퇴직' 제도를 통해 회사를 나갔다. 이들도 각각 24∼27개월치 평균임금과 함께 자녀 학자금 등을 받았다.
농협은행은 1963년생이거나 10년 이상 근무하고 만 40세 이상인 직원이 특별퇴직 대상이었다. 농협은 각각 평균임금의 28개월치, 20개월치를 특별퇴직금으로 지급했다. 지난달 1964·1965년생 직원을 상대로 '전직지원'(희망퇴직) 신청을 받은 우리은행에선 300여 명이 신청했다. 심사를 거쳐 확정된 이들은 1월 31일 퇴직한다. 이들은 각각 평균임금의 30개월, 36개월치를 특별퇴직금으로 받는다.
국민은행은 1964∼1967년생을 대상으로 지난 3일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이들은 23∼35개월치 특별퇴직금과 자녀 학자금, 재취업 지원금(최대 2800만원), 건강검진 지원 등의 혜택을 받는다.
신한은행도 근속 15년 이상에 부지점장 이상 일반직 중 1961년 이후 출생자, 차·과장급 이하 일반직 중 1964년생이 특별퇴직 대상이다. 이들은 출생연도에 따라 최대 36개월치 특별퇴직금을 받는다. 신청 기간은 1월 14일까지다.
희망퇴직 풍속도에 온도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예전처럼 일방적인 밀어내기식 '칼바람 감원'이 아닌 두둑한 퇴직금을 챙겨 '인생 2막'을 미리 설계하려는 행보가 눈에 띈다.
은행 관계자는 "과거엔 조직에서 퇴직 대상자를 딱 정해서 나가라는 분위기 였다면 요즘은 자발적으로 '선택' 하는 경향이 짙다"면서 "몇 년을 더 근무한다고 해도 수억원을 벌기가 쉽지 않은 만큼 기본적인 퇴직금 외 기타 옵션들에 따라 퇴직 여부를 결정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특히, 40세 초중반의 젊은 뱅커들이 제2 인생을 위한 카드로 적극 고려하고 있는 게 특징"이라고 덧붙였다.
은행측 입장에서는 디지털뱅킹이 전체 금융거래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가운데 유휴 점포를 없애고 실적이 좋을 때 인력구조를 재편해 놓는다는 계산이다. 또 정부 정책과 인력 수요에 맞춰 신규채용을 확대해야 하기 때문에 희망퇴직을 통해 숨통을 틔어야 하는 상황이기도 하다.
은행권 관계자는 "인력계획은 단기전략이라기 보다 중장기 전략에 따라 진행 중"이라며 "금융권 내외부 환경을 감안한 인력수급 차원에서 예년 수준으로 퇴직 규모가 결정될 것 같다"고 내다봤다.
[디지털뉴스국 류영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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