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산불·폭염에 핏빛으로 물든 호주…"사상 최악의 날"
입력 2020-01-05 16:47  | 수정 2020-01-12 17:05

화마가 휩쓸고 있는 호주 남동부 하늘이 핏빛으로 붉게 물들었습니다.

현지 소방당국은 오늘(5일) 산불에 폭염까지 겹쳤던 지난 24시간이 "우리가 겪은 사상 최악의 날 중 하나"였다고 밝혔다고 CNN방송이 보도했습니다.

가장 큰 피해를 본 뉴사우스웨일스(NSW)주 내 팜불라 지역에서는 이날 붉게 타오르는 듯한 하늘과 연기가 자욱한 거리 모습이 포착됐습니다.

수백명의 주민들이 해변으로 대피한 인근 이던 지역에서도 핏빛 하늘이 마을을 뒤덮었습니다.


NSW주 산불방재청(RFS)은 현재 주 전역에서 150건의 산불이 진행 중이며, 이 중 64건은 통제가 불가능한 수준이라고 밝혔습니다.

NSW주와 맞닿은 빅토리아주에서는 미국 뉴욕의 맨해튼 면적만 한 거대한 산불이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빅토리아주 깁스랜드 당국은 오메오 지역에서 지난 3일부터 밤새 이어진 산불로 6천ha 규모의 대지가 불탔다고 발표했습니다.


인명피해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지난 4일에는 NSW주 뱃로 지역에서 한 47세 남성이 친구의 집에 들이닥친 화마와 싸우다 심장마비로 숨지면서 이번 화재로 인한 사망자 수는 모두 24명으로 늘었습니다.

셰인 피츠 시먼스 NSW주 산불방재청(RFS)장은 전날에 비해 기온이 떨어지면서 상황이 다소 호전됐다면서도 앞으로 또다시 악화할 수 있다며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습니다.

산불의 직접적인 영향권에서 벗어난 도시 지역에서는 폭염이 기승을 부렸습니다.

시드니 서부 팬리스는 지난 4일 섭씨 48.9도로 광역 시드니에서 기온을 측정하기 시작한 1939년 이래 가장 온도를 기록했습니다.

수도 캔버라도 4일 오후 최고 기온이 섭씨 44도에 달해 지금까지 최고 기온이었던 1968년 섭씨 42.2도를 50여년 만에 경신했습니다.


NSW주와 빅토리아주 정부는 비상사태를 선포했습니다.

글래디스 베레지킬리언 NSW 주지사는 호주를 덮친 이례적인 폭염과 화재의 규모, 진행 속도와 지역 사회를 공격하는 양상이 "전례 없는 상황"이라며 참담한 심경을 드러냈습니다.

특히 빅토리아주 정부가 재난을 선포한 것은 지난 2009년 173명의 사망자와 500명의 부상자를 낳은 역대 최악의 산불 사고인 '검은 토요일' 이후 처음입니다.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NSW와 빅토리아,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주를 언급하며 호주 전역이 힘겨운 밤을 지새웠다고 위로했습니다.


이에 세계 각지에서 위로와 도움의 손길이 이어졌습니다.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전날 호주 산불 소식에 "깊은 슬픔을 느낀다"면서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구조활동에 나선 소방대원들에게 감사하다"는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호주 출신 할리우드 배우 니콜 키드먼도 NSW 산불방재청에 50만 달러(약 5억 원)의 화재 성금을 기부했으며, 이웃 뉴질랜드와 싱가포르도 군사 원조를 제공하기로 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