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피고인과 연락이 잘 닿지 않는다는 이유로 전화 통화를 시도하지도 않은 채 공시송달로 재판을 마무리한 것은 부당하다며 재판을 다시 하라고 판결했습니다. 공시송달은 피고인의 소재지 등을 알 수 없을 때 관보 등에 서류를 게재한 뒤 그 내용이 전달된 것으로 간주하는 제도입니다.
대법원 3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도로교통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강모(38)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구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오늘(5일) 밝혔습니다.
강씨는 2016년 9월 면허 없이 혈중알코올농도 0.108% 상태로 승용차를 운전하다가 신호대기 중이던 차량을 들이받은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문제는 재판 절차 중 강씨와 연락이 잘 닿지 않는 점이었습니다.
1심 법원은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등에 근거해 강씨의 출석 없이 증거조사와 변론을 마친 뒤 징역 10개월을 선고했고, 항소 기간이 지나면서 이 같은 형은 확정됐습니다.
강씨는 나중에서야 자신이 기소돼 징역형을 선고받은 사실을 알게 됐다며 항소권 회복 청구를 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여 항소심 절차가 시작됐습니다.
그러나 항소심에서도 강씨는 제대로 연락이 닿지 않았습니다.
소송기록 접수 통지서 등은 송달 불능으로 반송됐고, 관할 경찰서에 피고인의 소재 탐지를 의뢰하기도 했으나 '확인 불가'라는 회신이 왔습니다.
강씨는 항소심 중 단 한 차례 통화가 됐습니다.
법원에서 파악하고 있던 번호와 다른 번호를 쓰고 있던 강씨는 "승선 중이라 주소지에서 관련 서류를 송달받을 수 없었다"고 설명하면서 변경된 전화번호와 주거지를 다시 알려줬습니다.
그러나 이후에도 해당 주소지로는 모두 관련 서류가 전달되지 않았고, 이에 법원은 공시송달을 한 뒤 강씨에게 징역 6개월을 선고했습니다.
강씨는 항소심 판결마저도 뒤늦게 알았다며 또다시 상소권 회복 청구를 했고 재판은 상고심으로 이어졌습니다.
대법원은 항소심 법원이 공시송달 결정을 내리기 전 강씨의 변경된 휴대전화로 통화를 시도하지 않은 사실을 문제 삼았습니다.
대법원은 "공시송달 결정을 하기 전에 변경된 휴대전화 번호로 연락을 해봤어야 한다"며 "원심은 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피고인의 주거, 사무소와 현재지를 알 수 없다고 단정해 공시송달을 하고 피고인의 진술 없이 판결했다"고 판단했습니다.
게다가 항소심 법원이 강씨의 변경된 휴대전화를 잘못 기재해뒀던 사실도 파악해냈습니다. 법원은 공시송달 결정을 내린 이후에서야 강씨에게 한 차례 통화를 시도했으나, 잘못 적힌 번호 때문에 연결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대법원 관계자는 "만일 전화번호가 제대로 적혀 있었더라면 통화가 됐을 가능성이 크고, 그 경우에는 공시송달 결정이 취소됐을 것"이라며 "실무상 실수였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