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권 보장을 위해 청와대 주변 집회를 자제해달라고 호소해오던 맹학교 학부모와 학생들이 기습적으로 도로를 점거하며 보수 표방 단체의 청와대 방향 행진을 막았습니다.
서울맹학교 학부모와 학생, 졸업생 10여명은 4일 오후 3시 20분께 서울 종로구 경복궁역 인근 자하문로 청와대 방향 2개 차로에 주저앉거나 드러누우며 약 15분 동안 보수표방 단체의 행진을 가로막았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석방 등을 요구하는 '태극기혁명국민운동본부'(국본)는 대한문 앞 집회를 마치고 청와대 방향으로 행진 중이었습니다.
학부모들은 "국가도 버린 눈먼 우리 새끼, 어미들이 몸뚱이로 지키겠다", "박근혜 대통령도 동네 주민과 사회적 약자를 괴롭히는 것을 싫어하신다" 등의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도로 위에 펼쳤습니다.
일부 보수단체 회원들이 학부모들에게 욕설하거나 고성을 지르며 항의하기도 했으나, 경찰의 제지로 물리적 충돌은 없었습니다.
경찰은 학부모와 학생들을 약 15분 만에 인도로 끌어냈습니다. 경찰에 연행된 사람은 없었고, 큰 부상자도 없었습니다.
서울맹학교를 졸업한 최준혁(26)씨는 "청와대 인근 집회 소음 때문에 공부하기 어렵고, 기숙사에서 제대로 잠도 못 잔다"며 "서울맹학교에 다닌 모든 학생이 공감하고 있고, 졸업생으로서 참을 수 없어 이 자리에 나왔다"고 말했습니다.
최씨는 "모든 사람이 목소리를 낼 권리가 있지만, 주변 사람에게 무분별하게 피해를 줄 수 있는 것은 아니다"며 "시각장애 학생들이 교육받을 수 있는 권리를 존중해달라"고 요구했습니다.
근처에서는 인근 주민들과 맹학교 학부모들이 청와대 근처 집회 자제를 요구하는 현수막을 들고 집회를 열었습니다. 경찰은 혹시 모를 충돌에 대비해 행진 대오와 이들 사이에 경력을 배치했습니다.
시각장애 특수학교인 서울맹학교는 청와대 사랑채에서 500m가량 떨어져 있습니다. 이 학교 학생들은 보통 하루 2∼3차례 주변 상황을 소리로 파악해 스스로 이동하는 '독립 보행' 교육을 받는데, 학부모들은 매일 계속되는 집회 소음과 교통 통제 등으로 인해 교육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며 집회 금지를 요구해왔습니다.
학부모들이 집회에 나선 것은 이번이 3번째입니다.
경찰은 청와대 사랑채 인근에서 장기 농성 중인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범투본)의 집회를 사실상 금지하는 조처를 했지만, 법원은 범투본의 집행정지 신청을 일부 인용해 일단 집회를 허용하라고 결정했습니다.
같은 시각 범투본은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 앞에서 '문재인 퇴진 국민대회'를 열었습니다.
집회 때 예배를 주도하며 집회 참가자들에게 헌금을 걷어 불법 모금 의혹을 받는 전광훈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목사(범투본 총괄대표)는 이날도 헌금을 걷었습니다.
전 목사는 "윤석열 검찰총장과 더불어 대한민국 헌법에 동의하는 판사들이 앞으로 대한민국을 지켜낼 것"이라며 "(저는) 우리가 한 이 헌금을 불법 모금이라고 해서 조사받으러 가야 한다. 언론들은 저를 구석구석을 다 조사하고, 우리 집 대문 앞에 폐쇄회로(CC)TV 4대를 설치해 감시하고 있지만, 절대로 저를 (감옥에) 집어넣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 헌법이 내 편"이라며 "영광스러운 대한민국에 빨갱이들이 나타나서, 주사파와 문재인이 나타나서 대한민국을 공산화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앞서 경찰은 전 목사 등이 '순국결사대'라는 이름의 조직을 구성해 청와대 진입을 준비하는 등 불법 행위를 사전에 계획하고 주도했다고 보고, 지난달 이들의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지난 2일 법원은 "현 단계에서 구속의 사유나 구속의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기각했습니다.
전 목사는 내란 선동과 기부금품법·정치자금법·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도 고발된 상태입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