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호주, 최악 산불에 `비상사태` 선포…서울 면적의 80배 타들어가
입력 2020-01-04 11:31 
[사진 출처 = 연합 뉴스]

두 달 넘게 호주를 휩쓴 최악의 산불 사태가 좀처럼 가라앉을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호주방위군(ADF)은 불길을 피해 모여 있는 주민과 관광객 1000여명을 군함을 이용해 대피시켰고 미국 대사관은 자국 여행객에게 대피령을 내렸다.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3일 호주 해군은 군함 두 대를 동원해 남동부 해안가 도시인 말라쿠타에서 주민과 관광객 약 1000명을 빅토리아주 남부 웨스턴포트로 대피시키는 작업을 벌였다. 말라쿠타 해안에는 새해를 하루 앞두고 빠르게 확산한 불길에 대피한 주민과 관광객 등 4000여명이 모여있었다.
뉴사우스웨일스(NSW) 주 산불방재청(RFS)의 화재 지도에 따르면 현재 대형 산불이 남동부 해안 일대를 휩쓸고 있다. NSW 주 정부는 전날 이에 대응하기 위해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빅토리아 주 정부도 이날 대피 작업이 이뤄진 말라쿠타를 포함한 6개 지역에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이런 가운데 호주 주재 미국 대사관은 여행객을 대상으로 오는 4일까지 산불 피해가 극심한 남동부 해안 지역을 벗어날 것을 당부했다. 이는 호주 현지 당국이 같은 날 해당 지역을 '관광객 금지 지역'으로 지정한 데 따른 조치다.
정치전문매체 더힐에 따르면 미 대사관은 해당 지역을 방문할 계획이 있는 여행객들에게 대체 방안을 고려할 것을 요청했다. 또 화재 연기로 인한 위험성을 경고하면서 현재 여행객들 자신이 머무는 지역의 대기 질을 점검해볼 것을 권고했다.
정부 당국자들은 산불 사태는 오는 주말에 최악의 고비를 맞이할 것으로 예상했다. 앤드루 콘스탄스 뉴사우스웨일스(NSW)주 교통부 장관은 "엄청난 '찜통'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호주에서는 지난해 9월부터 지속하고 있는 산불로 벌써 18명이 목숨을 잃었고 이 지역에 서식하는 동물 수억 마리의 생명이 위협받고 있다. 화재 피해 지역도 약 1200만 에이커(약 4만9000㎢)에 달한다.
특히 몇 달간 이어진 가뭄이 산불을 걷잡을 수 없게 키우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남은 기간 산불로 인한 인명피해는 더욱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화재가 기승을 부릴 것으로 예상되는 4일에는 피해 예상 지역 주민을 중심으로 대대적인 대피 작전이 이뤄진다.
산불 사태가 한창이던 지난해 말 하와이 휴가에 나서 여론의 거센 비난을 받았던 스콜 모리슨 호주 총리는 이날 피해지역을 방문했다가 주민들의 야유를 받았다.
산불 피해가 극심한 NSW주 코바고 주민들은 모리슨 총리가 방문하자 그에게 "여기서는 표를 전혀 얻지 못할 거야", "이건 공정하지 않아. 우리는 완전히 잊혔어"라며 비난했다. BBC는 "당신은 머저리야"라는 노골적인 욕설도 들려왔다고 전했다.
모리슨 총리는 이후 기자회견에서 "사람들은 많은 것을 잃었고 원초적인 감정을 느끼고 있다"며 주민들의 반응을 이해한다고 했다. 모리슨 총리는 산불 사태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대책이 부족했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디지털뉴스국 김정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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