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5인 가족 몰린 개포 로또청약 "방 한칸 집에 살면 10억 차익"
입력 2020-01-03 17:37  | 수정 2020-01-03 22:45
작은 거실에 방 한 칸 딸린 서울 강남의 소형 아파트 다섯 가구를 모집하는 데 자녀를 3명 이상 둔 '다자녀가구'가 133가구 몰렸다. 전용면적 10평 남짓한 분리형 원룸에 5명 넘게 거주해야 하는데도 '다둥이 가족'들이 일생에 한 번뿐인 '특별공급' 기회에 베팅한 것은 당첨만으로 최소 5억원 이상 시세차익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서울 아파트 공급을 위축시키면서 그 역효과로 특별공급·일반청약 할 것 없이 로또판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3일 금융결제원 아파트투유에 따르면 전날 진행한 서울 개포 프레지던스자이 전용 39㎡형 다자녀가구 특별공급 5가구 모집에 총 133가구가 지원해 경쟁률 26대1을 기록했다. 39㎡형은 거실과 방 한 칸을 갖춘 면적으로 시장에서는 통상 '투룸'으로 통용되는 크기다. 다자녀가구 특별공급은 3명 이상 자녀를 둔 무주택 가구가 지원하는데, 5인 이상 가족인 133가구가 소형 아파트에서 살겠다고 신청했다는 것이다.
서울 강남 신축 아파트에 대한 선호는 특공 경쟁률에서도 드러났다. 현행법상 9억원 초과 아파트는 특별공급이 배정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강남에서는 특공 물량이 나오기 힘들다. 개포 프레지던스자이도 45㎡형부터 114㎡형까지 모두 9억원이 넘지만, 전용 39㎡형만 9억원 이하(8억3300만원)라 23가구가 특공 물량에 배정됐다. 신혼부부 11가구 모집에 670명이 몰렸고, 노부모 특공 2가구 모집에는 67명이 지원했다. 당첨 자체가 '로또'이기 때문이다. 이 아파트는 3.3㎡당 평균 가격이 4750만원으로 주변 시세(약 8500만원)의 '반값'에 불과하다. 이 아파트 84㎡는 15억7000만원에 공급되는데, 인근 디에이치아너힐즈는 같은 평형이 25억~26억원에 거래된다.
분양업계 관계자는 "다자녀가구 경쟁이 치열해 자녀 수가 많을수록 배점이 높은 구조인데, 사실상 5명 이상 가족이 11평에 산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전매제한 5년을 넘긴 뒤 팔 것을 염두에 두고 시세차익을 얻기 위한 청약"이라고 해석했다. 특별공급은 실거주 요건이 없다. 이날 개포 프레지던스자이는 232가구 모집에 총 1만5082가구가 지원해 경쟁률 65대1을 기록했다. 전용 102.7㎡는 1가구 모집에 무려 283가구가 몰렸다. 이와 더불어 서울 강남권에서 12·16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처음 분양된 공공택지 아파트 청약 당첨자 중에는 부양 가족 5명이 있어야 받을 수 있는 '만점자'가 속출했다.
아파트투유에 따르면 위례신도시 '호반써밋송파' 2차는 전용 108㎡A형 기타 지역과 전용 108㎡T·110㎡T형 해당 지역에서 최고 당첨 가점이 79점이었다. 79점은 무주택 15년 만점(32점)에 청약 가입 기간 15년 만점(17점)을 채우고 부양 가족 5명(30점)이 있어야 가능한 점수다. 아내와 함께 자녀 둘을 키우며 노부모 2명을 부양하는 무주택 가장이 지원한 셈이다.
[이선희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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