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은행권 수장들 "3低의 깜깜한 길…디지털로 불 밝힌다"
입력 2020-01-02 13:52 

2020년 은행권은 저금리·저성장·저물가 3저(低)의 깜깜한 어둠을 뚫고 나가기 위해 '디지털 전략'에 집중할 전망이다. 특히, 올해는 매년 은행들이 입버릇처럼 말해오던 '혹독한 한해'가 될 것이라는 말을 깊이 체감할 것이라는 연구기관들의 분석이 잇따라 나오면서 생존권 확보를 위한 '디지털화 추진'을 핵심 키워드로 잡고 있다.
은행권에 따르면 허인 KB국민은행장은 2일 시무식에서 "2020년은 '뉴 노멀' 시대를 헤쳐나갈 실력이 있는지를 가늠할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이라며 "금융 서비스의 디지털 경쟁력은 온라인과 모바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로봇 프로세스 자동화(RPA) 등의 디지털 기술을 업무에 접목해 '최상의 고객 경험'을 대면채널에서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 행장은 "2020년은 KB의 '3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성과가 가시권에 들어오는 한 해가 될 것"이라며 "다음달 3일 차세대 전산 'The K 프로젝트'의 영업점 선(先)오픈을 시작으로 KB의 혁신적인 디지털 인프라들을 오는 10월까지 하나씩 선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광수 NH농협금융그룹 회장도 "지난 100년의 시간보다 앞으로 10년 동안 더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라며 "우리에게는 경험하지 못한 생존의 시험대로 작용하게 될 것"이라며 디지털 혁신을 주문했다.

그는 "미국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디지털 혁신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중국, 인도 등 이머징 시장에서 금융의 파괴적 혁신이 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면서 "앞으로는 금융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디지털화 뿐 아니라 기획에서 출시, 사후관리까지 모든 프로세스를 디지털로 바꿔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 변화를 주도하기 위해서는 금융의 경계를 뛰어 넘어야 한다"면서 "단순히 최신 디지털 기술을 수용해 비즈니스 모델을 업그레이드하는 시도만으론 부족하다. 우리 내부 시각에서 벗어나 핀테크, 빅테크 등 다양한 기업과 협업하고 산학·민관협력을 통해 업을 초월한 지식의 융합을 시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도 주요 경영전략의 하나로 '디지털 혁신 선도'를 제시했다.
손 회장은 "디지털과 협업을 통해 효율적인 프로세스를 구축하고 손님과 직원의 경험을 높여야 한다"며 "로봇 프로세스 자동화(RPA), 클라우드 등의 기술을 통해 업무프로세스를 더욱 고도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은 "스타벅스는 더 이상 단순한 커피회사가 아니라 '규제 받지 않는 은행'이라 칭해도 무방할 것"이라며 "디지털금융 혁신을 선도해 새로운 비즈니스를 발굴하고 이를 통해 금융소외 계층 등을 지원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태영 은행연합회장도 디지털 금융시대에 발맞춘 은행들의 분발을 당부했다.
그는 "금융과 정보통신기술(ICT)의 융복합, 빅블러(Big Blur·업종간 경계가 희미해지는 현상) 등으로 새로운 금융 플레이어도 금융산업에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은행들이 핀테크와 ICT, 마이데이터산업 진출 등을 통해 디지털 역량을 제고해 나가야 한다"면서 "디지털 시대의 금융소비자는 고객 경험에 대한 욕구가 크고 새로운 금융서비스와 편리성을 찾아 과감하게 이동하는 성향이 짙다"고 언급했다.
이와 관련 금융권 관계자는 "그동안의 디지털 전략이 은행들의 선언적, 저변확대 수준이었다면 올해부터는 미래 경쟁력 확보 차원의 본격적인 도전의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류영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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