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신간] `색, 계` 정사 신에 깃든 혁명의 정신
입력 2020-01-02 10:04  | 수정 2020-01-02 17:37

이안 감독의 '색, 계'는 성관계를 미끼로 친일파 암살 작전을 펼치다가 적과 사랑에 빠져버리는 여대생의 이야기를 담았다. 탕웨이와 양조위의 사실적 정사 장면으로 화제가 된 이 작품에 대해 김효정 한양대 미래융합인문학부 겸임교수는 "혁명 대신 사랑을 택한 여성이 치러야 했던 비극적인 대가에 대한 시대적 응시로 가득한 영화"라는 평가를 내린다.
'야한 영화의 정치학'은 김 교수가 영화사에서 '에로티시즘'이 어떻게 재현돼 왔는지 시기별로 분석한 책이다. 1910년대 초기 무성영화부터 현대까지 국내외 주요 야한영화를 정치학적으로 살펴봤다. 과거엔 영화에 섹스를 끌고오는 것 자체가 혁명적인 시도였다. 1933년 개봉한 '엑스터시'는 극영화 최초로 여성의 누드와 오르가즘을 재현해 유럽 전역에서 관객을 끌어모았다. 뛰어난 미장센에 복선을 활용하는 방법까지 두루 호평받았지만 주연 헤디 라마는 이후 '오르가즘 배우'라는 멍에를 지고 살아야 했다.
저자는 성 현대사의 흐름 속에서 야한 영화들이 어떤 메시지를 전달해왔는지 독해한다. 관객이 그저 성적 호기심에서 봤던 에로틱 시네마는 68혁명을 비롯한 여러 사회변혁운동과 저항 정신을 공유해왔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독자들이 이 영화들에 씌워진 '야한 영화'라는 낙인 너머의 의미 있는 '신음'을 들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강조한다.
[박창영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