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로젠택배·두산공작기계 상장 `안갯속`
입력 2020-01-01 17:18  | 수정 2020-01-01 20:59
사모펀드(PEF)들의 새로운 자금 회수처로 주목받았던 기업공개(IPO) 시장이 외면받고 있다. 만족할 만한 몸값을 인정받기 어려울 뿐 아니라 상장 시 부담도 작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에서도 사모 시장으로 자금이 쏠리고 있어 이 같은 추세는 계속되리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2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케이씨에프테크놀로지스(KCFT)와 메디트, 파낙스이텍 등이 지난해 IPO 대신 인수·합병(M&A) 시장에서 경영권을 매각했다. KCFT와 파낙스이텍은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하기 직전에 매각 작업을 마쳤다. 메디트는 주간사(한국투자증권)를 뽑은 뒤 지분 매각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 같은 흐름은 올해 자본시장에서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상장주간사를 뽑아놓고 매각 작업을 병행하는 곳이 많기 때문이다. 베어링PEA는 보유 중인 로젠택배를 상장시키기 위해 미래에셋대우와 한국투자증권을 주간사단으로 선정했지만, 이달 중 경영권 매각을 위한 예비입찰을 진행한다. MBK파트너스도 두산공작기계의 IPO를 위해 크레디트스위스, BoA메릴린치, NH투자증권에 실무를 맡겼으나 경영권을 사줄 원매자도 찾는 중이다. 두 사모펀드는 사실상 경영권 매각을 '우선순위'로 두고 있다.
PEF를 대주주로 둔 기업이 처음으로 상장한 것은 2017년이었다. 삼양옵틱스(VIG파트너스)와 오렌지라이프(MBK파트너스)가 증시에 입성하면서 IPO 시장이 투자금 회수처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PEF의 엑시트 전략으로 안착될 경우 M&A 시장의 역동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란 낙관론도 제기됐다.

최근 분위기는 어떨까. 시장에서는 당시 상황을 '찻잔 속 태풍'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매각과 대비해서 IPO의 장점이 마땅치 않은 게 가장 큰 이유다. 상장을 택하면 매각과 달리 경영권 프리미엄을 받기 어렵다. 오히려 공모가 수요예측을 앞두고 몸값 눈높이를 낮춰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상장사가 될 경우 공시의무, 상장 유지비용 등도 뒤따라온다.
장기간 국내 증시가 저평가된 점도 배경이다. 지난 10년 동안 코스피는 2500까지 치솟았던 2017년 말~2018년 초를 제외하면 1900~2200 안팎을 줄곧 맴돌고 있다. 개척자였던 삼양옵틱스와 오렌지라이프 주가 흐름이 부진한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현재 두 회사 주가는 공모가를 밑돌고 있다.
글로벌 자본시장의 바로미터인 미국도 공모보다는 사모 시장으로 자금이 쏠리고 있다. 금융정보 분석업체 프레킨과 딜로직에 따르면 2018년 미국에 상장한 기업의 시가총액은 총 600억달러(약 69조원)로 2000년 대비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다. 같은 기간 사모펀드 규모는 총 2조달러(약 2300조원)로 네 배 넘게 불어났다.
[강우석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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