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대 의과대학 1학년 남학생들이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서 같은 학교 여학생들을 대상으로 성희롱 발언을 일삼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경희대 의대 내 학생 자치기구인 `인권침해사건대응위원회`(대응위)는 단체 대화방에 가입된 남학생 1명의 `양심 제보`를 통해 9월부터 이 사건을 조사하고 지난 29일 사건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해당 대화방에는 같은 동아리에서 활동하는 남학생 8명이 속해 있었으며, 이 중 3명이 같은 학교 여학생들을 대상으로 성희롱 발언을 했습니다.
나머지 학생들은 이를 방관했습니다. 이들은 "OO는 빈약해서 내 취향이 아니다", "OOO 중에 저런 각선미 없음" 등 성희롱 발언을 반복하고, 특정인과 성관계를 한 적이 없는데도 마치 관계를 한 것처럼 평가하는 말까지 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나아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에 올라온 동기의 사진을 허락 없이 캡처해 대화방에서 마치 이모티콘처럼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대응위 조사가 시작되고, 자신의 혐의를 대부분 부인한 가해자 A는 조사 후 나머지 7명에게 연락해 "채팅 내용 중 문제될 내용을 삭제하자"는 발언을 했습니다. A는 내부 고발자에게 "내가 동아리 담당 지도교수님께 찾아가 부탁드리고, 교수님 압력으로 대응위 사건 처리를 무산시키겠다"고 말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대응위 측은 지난달 29일 가해 학생 3명에 대해 공개 사과문 작성, 동아리 회원 자격정지, 학사운영위원회 및 교학 간담회에 해당 안건 상정 등을 포함해 징계를 의결했습니다. 가해 학생들과 함께 동아리에 소속된 남학생 전체에겐 경고 처분을 내렸습니다.
그러자 가해자 A는 공개 사과문을 내고 "조사 당시 대부분의 사건을 기억하지 못하거나 부인했지만 단톡방을 다시 읽어보니 저희가 저지른 행동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됐다"며 "저희의 잘못된 언행으로 모욕감과 배신감을 느꼈을 모든 분들께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전했습니다.
또 다른 가해자 B 역시 "피해자분들이 존중받아야 할 소중한 인격체임을 망각한 채 험담을 했다"며 "사과가 늦어져 피해자에게 또다시 마음의 상처를 준 점을 진심으로 반성한다"고 사과했습니다.
그러나 일부 학생들은 `사과문 작성` 수준의 징계는 부족하다고 비판하며 28일 페이스북 `의학과·의예과 대나무숲` 페이지에 사건 보고서를 올리고 공론화를 촉구했습니다.
이 소식을 접한 누리꾼들은 재발 방지를 위해 강력한 처벌을 요구했습니다.
한 누리꾼은 "학생 때든 의사 된 후든 걸리면 인생 끝장난다는 두려움이 있어야 통제가 될 것"이라며 "강력한 처벌과 죽을 때까지 기록에 남기는 것이 유일한 예방책"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제대로 사과는 다 안 하고 증거인멸만 하냐"며 "평소에 남 인권 밟고 대체 누구를 진료하겠다는 거냐"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남학생들의 단톡방 성희롱 사건은 지난 11월부터 공론화된 사건만 청주교대, 충북대, 국군간호사관학교 등 이번 사건까지 총 4건입니다.
단체 대화방에서의 성폭력이 이어지자 한국성폭력상담소는 지난 7월 성폭력 없는 단톡방을 위한 `단톡방 십계명`을 제시했습니다.
십계명에는 "음담패설을 사생활로 변명하지 마세요", "성폭력 불법 촬영물을 시청, 공유하지 마세요", "타인의 외모를 품평하지 마세요"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