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럽(유명인)들의 개성이 듬뿍 담긴 독립 서점이 '핫플레이스'로 떠오르고 있다.
방송·작품 활동 외에 음식점이나 카페를 주로 운영하던 예전과 달리 이제는 자신의 특색을 그대로 반영한 '책방'을 통해 시민들과 소통하는 스타가 늘어나는 추세다. 이곳에선 인테리어부터 북 큐레이션까지 모두 셀럽이 직접 맡는다.
지난 크리마스 이브, 팬층을 넘어 일반 시민들에게도 널리 인기를 얻고 있는 김소영·오상진 아나운서 부부의 '당인리 책발전소'와 박정민 배우의 '책과 밤낮'을 방문했다.
◆ 초심자를 위한 책방, '당인리책발전소'
'당인리책발전소'는 지난 2017년 서울 마포구 합정동에 문을 열었다. 망원동 1번 출구로 나와 바로 옆 골목길로 들어가 한 블록만 걷다 보면, 오른쪽 빨간 벽돌로 지은 건물 벽면에 세로로 적힌 '당인리 책발전소'라는 글자가 보인다.
2층으로 이뤄진 이 서점 겸 카페는 1층에선 책을 진열, 판매하고 음료 주문을 받는다. 고른 책과 음료는 2층으로 들고 가서 즐길 수 있다.
나무로 된 작은 문 안으로 들어가면 벽면을 포함해 약 5개의 책장에 '주제별' 책이 빼곡히 꽂혀 있다. 일반 동네 서점 만한 작은 공간에 모든 벽면을 책장으로 채워 장서량은 대형서점의 한 코너 정도에 달했다.
인테리어나, 구비한 책 목록이 다른 책방과 크게 다르진 않지만 전 MBC 아나운서 김소영·오상진 부부가 직접 읽고 추천하는 책을 판매한다는 점이 이 책방의 특징이다.
여느 대형 서점처럼 책을 그 내용에 따라 '인문', '과학' 등 분야로 분류하는 대신 이들 부부는 여러 '책 추천 메모'에 따라 나눠 놓았다. 두세 개 칸마다 "생활 가꾸며 소중한 하루 만들기", "여성으로 산다는 건", "말 잘하는 친구가 필요할 때" 등 손 글씨로 작성한 메모를 붙였다. 두 아나운서가 어떤 추천사를 남겼을 지, 책장마다 메모를 유심히 들여다보는 방문객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당인리책발전소`에 구비된 책은 모두 김소영·오상진 부부가 직접 읽고 추천하는 책이다. 손글씨 메모로 추천사를 남겨 방문객들이 볼 수 있게 했다. [사진 = 장수현 인턴기자]](http://img.mbn.co.kr/filewww/news/other/2019/12/30/330021001201.jpg)
△`당인리책발전소`에 구비된 책은 모두 김소영·오상진 부부가 직접 읽고 추천하는 책이다. 손글씨 메모로 추천사를 남겨 방문객들이 볼 수 있게 했다. [사진 = 장수현 인턴기자]
연말을 맞아 책발전소엔 '2019 BEST' 목록도 여러 개 갖춰졌다.먼저 입구 왼쪽엔 '당인리책발전소 BEST 10'을 종이에 세로로 길게 적어 놓았다. 잘 팔리는 책을 소개하면서도 서점의 정체성을 동시에 드러낼 수 있어 손님들의 관심을 끈다. 그 옆엔 직원들이 추천하는 'BEST'를 마련했다. 판매량 순서로 진열했을 땐 눈에 잘 띄지 않아 몰랐던 책을 접할 수 있다.
입구 오른쪽 층계 옆엔 작은 문구류 코너가 마련됐다. 여러 일러스트레이션 작가들이 디자인한 볼펜, 노트, 마스킹테이프 등 책을 읽으면서 함께 사용할 수 있는 물건을 판매한다.
계단을 올라가면 1층에서 주문한 커피와 함께 책을 읽을 수 있는 넓은 공간이 있다. 책을 펴는 대신 노트북을 두드리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는 다른 카페와는 달리 이곳에선 모두가 책에 몰두했다. 재즈 음악과 함께 이따금 들리는 옆 사람들의 나지막한 이야기 소리가 백색 소음역할을 해 책에 쉽게 집중할 수 있었다. 평일 오후임에도 불구하고 2인용 탁상 14개와 약 10인용의 긴 탁상 모두 찰 만큼 사람이 많았다. 주로 혼자 책을 읽으며 커피를 마시러 온 사람들이라 다들 책방에 머무는 시간이 길었다.
'당인리책발전소'의 BEST 10이기도 한 김소영 아나운서의 에세이를 읽어보면 그가 많은 책방 답사를 통해 공을 들여 책 큐레이션을 했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는 이 에세이에서 "책방을 운영하는 입장이 되고 보니 여러 걱정이 생기지만, 어쨌거나 책방은 손님이 돈 한 푼 없어도 그곳에 머무는 것만으로 안온함과 행복감을 느끼는 장소였으면 한다"며 "(당인리책발전소가) 초심자를 위한 책방"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 박정민을 닮은 책방 '책과 밤 낮'
△상수역에 위치한 '책과 밤낮'. 박정민 배우가 운영하는 이곳에선 그와 서점 직원들이 읽고 추천하는 책을 판매한다. [사진 = 장수현 인턴기자]
박정민 배우가 운영하는 '책과 밤 낮'은 상수역 근처에 위치하고 있다. 지하철역 4번 출구로 나와 300m정도 걷다 보면 한 음식점 위 2층에 '동네서점 책과 밤 낮' 간판이 보인다.이 책방은 서점 겸 카페로 운영되고 있다. 인테리어는 간소하다. 책에 집중할 수 있도록 어두운 조명에, 탁상엔 독서 등을 설치해 놓았다. 분위기도 전체적으로 조용하고 차분하다. 간단한 음료를 주문하면 꼭 책을 사지 않고도 읽을 수 있다.
작은 테이블이 4-5개와 바 테이블이 놓여있는 이곳은 초저녁부터 독서하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들러서 책만 사고 나가는 사람보단 배치된 책을 훑어보고, 앉아서 읽고 가는 인원이 더 많았다.
아침에 열고 저녁에 닫는 다른 책방과는 달리, '책과 밤 낮'은 오후에 열고 자정에 닫는다. 오후 7시에 문을 열 때는 상호가 '책과 밤'이었지만, 오후 2시로 문 여는 시간을 앞당기면서 '책과 밤 낮'으로 바뀌었다.
이 책방은 원래 박정민 배우가 책을 읽고, 글을 쓰려고 마련했다. 그는 지난 2016년 "쓸 만한 인간"이라는 산문집을 내기도 했다. 입소문을 타고 점점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방문하면서 더 넓은 지금의 공간으로 옮겼다.
판매하는 책 모두 배우와 책방 직원들이 직접 읽고 나서 추천한다. 책장 한 칸마다 추천하는 책이 두 권씩 꽂혀 있는데 책을 펼치면 이들이 직접 읽으면서 친 밑줄, 메모 같은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책 종류로는 박민규, 권여선, 김애란과 같은 한국 현대 작가의 소설이 가장 많다. 움베르트 에코의 '장미의 이름',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 같은 외국 유명 소설이나 문학평론가 신형철의 에세이도 여러 권 보인다. 김영하 작가의 책으로는 따로 '컬렉션' 코너를 마련했다. 책장 중간엔 박정민 배우의 산문집과 인터뷰 기사도 놓여 있다.
△`책과 밤낮`의 책 사물함. 끝까지 읽지 못한 책은 이곳에 두고 갔다 다음에 방문해서 읽을 수 있다. [사진 = 장수현 인턴기자]
한 편엔 자주 찾는 손님들을 위한 '사물함' 책장이 있다. 들고 다니기 무거운 책을 개별 칸에 넣어 놓고 1주일에 한 번씩 갱신만 하면 된다. 팬들이 일회적으로 많이 찾을 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책방 직원의 말에 따르면 약 70%는 자주 오는 단골손님이다.박정민 배우와 함께 책방을 운영하고 있는 관계자는 "밤늦게까지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보고 싶었다"며 "집은 아무래도 게을러지고 카페는 정신이 없으니, 조용하게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자 했다. 손님들이 이용하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이 공간을 이끄는 직원들도 재미있을 수 있도록 만들어가고 싶다"고 전했다.
[디지털뉴스국 장수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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