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막 나가는 `트럼프 비선` 줄리아니…이번엔 마두로와 비밀통화
입력 2019-12-30 11:37  | 수정 2019-12-30 18:08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그의 개인 변호사인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 [AFP = 연합뉴스]

대통령 개인 변호사가 또 사익을 위해 외교 정책에 개입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미국 워싱턴DC 정가가 술렁이고 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공화당)의 개인 변호사인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이 지난 해 9월 '부패한 공산주의 정권'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과 비밀 통화를 한 적이 있다고 29일(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통화 당시는 미국과 베네수엘라 간 갈등이 최고조에 달하던 시기였지만, 줄리아니 전 시장은 개인적인 이익을 위해 자원 부국 베네수엘라의 국영기업 등 기업활동 기회를 열어주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2017년 취임 직후부터 트럼프 대통령은 유엔(UN)연설과 각종 유세 자리 등에서 공공연히 마두로 정권을 향해 "황혼기에 접어든 부패하고 무능한 공산주의 정권이며 곧 망할 것"이라는 악담을 서슴지 않아왔다는 점에서 트럼프 정부의 공식 입장과 전혀 다른 셈이다.
줄리아니 전 시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 후 백악관 입성을 앞둔 지난 2016년 말 미국 국무부 장관 후보자로까지 거론됐던 인물이다. 뉴욕 시장 출신이자 핵심 부서 장관 후보자로 거론됐지만, 줄리아니는 정부의 외교정책을 혼란에 빠트리는 대표적인 트럼프 측근으로 지목돼왔다.
줄리아니 전 시장과 마두로 대통령 간의 구체적인 통화 내역이 알려지지는 않았다. WP는 29일 보도를 통해 "당시 마두로 대통령과 비밀 통화를 한 미국 측 인사는 줄리아니 전 시장과 피트 세션스 당시 연방하원의원(공화당·텍사스)이었다"면서 "이들은 개인적인 이해관계를 위해 마두로와 접선한 것"이라고 전했다. 당시 통화는 당사자들 외에 세션스 의원 측 매트 매코위악 의원실 대변인이 참관했고, 당시 세션스 의원은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를 찾아 마두로 대통령을 만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코위악씨는 WP인터뷰에서 "마두로는 미국과 협상에 의지를 보이며 대화 제안을 수락했다"면서 "베네수엘라 정국 해법에 대해 미국 국무부와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간 의견 불일치가 있을 수는 있지만, 세션스 의원은 국무부와 긴밀히 협력하고 있었다"고도 밝혔다.
서로 각 세워온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트럼프 대통령은 소속 정당인 공화당을 의식해 마두로 정권을 '곧 망할 공산주의 정권'이라고 비난했지만 물밑에서는 그의 개인 변호사인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이 마두로 대통령과 '대화·협상 모드'를 추진해온 것으로 알려졌...
다만 줄리아니 전 시장과 마두로 대통령 측이 진행한 사항은 당시 존 볼턴 NSC 보좌관이 반대하면서 좌절됐다. 2018년 말 줄리아니 전 시장은 당시 볼턴 보좌관을 만나 '마두로 정권과의 대화모드'를 제안했지만 볼턴 보좌관이 일언지하에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1월 볼턴 보좌관은 '5000병력을 콜롬비아로'라고 적힌 메모를 들고 나와 미국 정부가 마두로 정권에 대해 콜롬비아를 우회한 무력·강경 대응에 나설수 있음을 암시해 세간 눈길을 끈 바 있다.
WP는 줄리아니 전 시장에 대해 트럼프 정부의 외교정책을 혼란에 빠트리는 인물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줄리아니 전 시장은 자신이 대통령 개인 변호사임에도 불구하고 지난 8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개인 사업을 했다. 당시 줄리아니 전 시장은 미국 정부가 제재한 베네수엘라 국영석유사 PDVSA 임원인 알레한드로 베탄쿠르 로페즈씨를 만난 후 그를 고객으로 삼아 로페즈씨가 얽힌 12억 달러 규모 자금세탁 사건에서 검찰이 로페즈씨를 불기소 하도록 힘썼다고 지난 달 WP가 보도한 바 있다.
줄리아니 전 시장은 트럼프 대통령을 탄핵에 이르게 한 '우크라이나 스캔들' 핵심인물이기도 하다. 우크라이나 스캔들이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7월 25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통화하면서 군사 원조 중단 등을 들먹이면서 바이든 전 부통령 부자 관련 의혹을 조사하라는 권한남용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말한다.
줄리아니는 뉴욕시장에서 퇴임한 후 컨설팅회사를 차렸고 전세계를 돌며 이란의 반정부단체, 북한 정권과 밀접한 싱가포르 고위 인사, 베네수엘라 마두로 정부 소유 PDVSA관계자를 해외 고객으로 뒀다. 이 때문에 미국의 외교정책과 충돌하거나 불화를 빚을만한 인물이라는 미국 내 비판이 지난 2016년 말 불거지면서 결국 국무부 장관에는 오르지 못했다.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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