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수원 `억대 로또`에 7만명…20~40대 당첨자 85%
입력 2019-12-29 21:11 
29일 무순위 청약을 마친 수원 코오롱하늘채더퍼스트 조감도. [사진 제공 = 코오롱글로벌]
'당첨만 되면 최소 1억~2억원은 줍줍(줍고 또 줍는다·미계약분을 사들여 차액을 남긴다는 부동산 용어) 가능하다.'
지난 28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 이 6시간 동안 아파트 분양권 14개를 두고 무려 7만1222명이 한 아파트 업체 홈페이지에 접속해 청약 버튼에 '클릭'했다. 1분에 200명꼴로 버튼을 누른 셈이다. 한 청약자는 "주변 아파트 분양권 가격 추이를 보면 최소 웃돈 2억원이 발생하는 것으로 예상된다"며 "그래서 사람이 많이 몰리겠구나 생각했는데 이렇게 높은 경쟁률은 처음 본다"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다음날인 29일 오후 2시 당첨자가 발표됐다. 7만1208명은 '고배'를 마시며 소셜네트워트서비스(SNS), 블로그 등을 통해 아쉬움을 표했다. 당첨된 14명만이 미소를 지었다.
바로 지난 주말 '수원 코오롱하늘채더퍼스트 무순위 청약' 광경이다. '5087대1'이라는 경이적인 경쟁률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조차 무순위 청약에서 경쟁률 수백 대1을 심심치 않게 봤지만 이런 경쟁률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무순위 청약이란 1순위 청약을 마친 후에 자격 미달자를 거르고 나서 남은 물량에 대해 무작위 추첨을 하는 것이다. 특히 이번 코오롱하늘채더퍼스트 청약은 '통장'이 없이도 누구나 넣을 수 있어 말 그대로 '줍줍'이었다.
비규제 지역인 점도 사람을 몰리게 한 원인이다. 수도권과 가까운 수원이지만 수원에서도 서울과 더 가까운 팔달구는 규제 지역인 반면 그 바로 아래에 위치한 권선구는 비규제 지역이다. 비규제 지역이면 전매제한이 6개월이고 수도권 거주자라면 누구나 1순위 청약을 할 수 있으며, 유주택자나 비(非)가구주도 청약할 수 있다.
아울러 분양가도 주변 시세에 비해 저렴한 편이다.
3.3㎡당 분양가는 1450만원으로 최근 분양했던 수원 팔달구 힐스테이트 푸르지오 수원(3.3㎡당 1700만원)보다도 싸다. 1단지 기준 전용 59㎡가 3억8510만원, 전용 84㎡가 4억9870만원에 불과하다. 인근 시세(전용 84㎡ 5억원 후반~6억원대)와 비교해 1억원가량 싸다. 가까운 거리에 있는 신축 힐스테이트영통(2017년 8월 입주)에 비해선 전용 84㎡ 기준 2억8000만원가량 저렴하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수원 권선구에 청약 통장이 몰리고 있는 것은 대출 규제 등 정부 정책에 대한 풍선효과로 봐야 한다"며 "권선구를 비롯한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유동성이 움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세 대비 1억~2억원 싸고, 6개월 후에 바로 웃돈을 받고 되팔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상대적으로 9억원에 훨씬 못 미치는 가격이라 대출 규제에서도 자유롭다는 점 등이 투자자들을 대거 몰리게 한 것이다.
특히 이번에 당첨된 14명 연령대를 보면 '청약 광풍' 현실을 엿볼 수 있다.
업계에 따르면 당첨자 14명 중 절반(7명)이 40대였고, 20대와 30대도 각각 2명과 3명을 차지했다.
50대는 2명이었다. 당첨자 중 85%가 50대 미만인 셈이다. 당첨자 중 가장 나이가 어린 사람은 1994년생 여성이었다. 최근 정부가 서울 등에 대한 부동산 규제를 통해 '로또 아파트'로 만들면서 청약가점 커트라인이 60대 노년층 등만 가능하게 치솟자 청약 당첨권에서 멀어진 청년층과 중년층을 중심으로 무순위 청약에 뛰어든 것이다.
분양 관계자는 "최근에 수원 쪽 가격이 많이 올랐고 이번에 분양한 수원 코오롱하늘채더퍼스트는 수원에서 인기 지역인 영통 접근성이 우수해 수요자 관심이 높았던 듯하다"고 설명했다.
수원시 곡반정동 116-2 일대에 들어서는 수원 코오롱하늘채더퍼스트는 총 3236가구 규모 대단지다.
지난달 28일 1순위 청약 당시 모두 375가구(특별공급분 제외) 모집에 2만2645명이 신청해 평균 경쟁률 60.39대1을 기록한 바 있다.
[최재원 기자 / 나현준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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