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공영방송(CBC)가 최근 크리스마스 특선영화 방영 중 '나 홀로 집에 2'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출연 장면을 삭제한 것이 알려져 세간 눈길을 끌고 있다. 이를 두고 26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 열렬 지지층이 CBC 비난에 나섰지만 CBC는 정치적 편향에 따른 결정이 아니라고 맞받아쳤다. '나 홀로 집에 2'(1992년 12월 개봉)는 10년 넘게 전세계적인 인기를 끌어온 크리스마스 대표 영화이자 동시에 트럼프 대통령의 '인생 영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인기 영화 '나 홀로 집에 2'에 카메오(영화·드라마 등에 깜짝 단역으로 등장하는 것)로 등장했던 점을 자랑해왔는데, 이번에 캐나다 방영분에서 삭제되는 아픔을 겪은 셈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초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창설 70주년 런던 정상회담에서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를 비롯해 영국 총리, 프랑스 대통령 등이 그를 조롱하는 듯한 CBC 영상이 공개되자 '가짜 언론 탓'을 하며 발끈한 바 있다.
`나 홀로 집에 2`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출연분이 삭제된 사실이 알려진 26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발끈하고 나섰다. [사진 출처 = 트위터]
대통령의 아들인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씨는 26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에 원본 영상을 올리면서 CBC의 삭제본 방영에 대해 한심하다(pathetic)고 비난했다. [사진 출처 = 트위터]
'나 홀로 집에 2'에서 트럼프 대통령 출연분이 삭제된 사실이 알려진 26일, 미국에서는 대통령 본인과 그를 지지하는 극우 세력들이 사회연결망(SNS)에서 극렬 비난에 나섰다. 우선 26일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쥐스탱 트뤼도는 내가 그에게 NATO(공동방위비)나 무역(철강 관세) 관련해 돈을 내라고 해서 좋아하지 않는 모양"이라고 비꼬았다. 트럼프 대통령을 애청자로 둔 미국 폭스(Fox)방송에서는 애드 핸리 뉴스 진행자가 "행복한 영화에서 굳이 그 장면을 삭제하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 흔들기 증후군 아니냐"라면서 같은 날 공개적으로 CBC를 비난했다. 대통령의 아들인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씨도 같은 날 자신의 트위터에 삭제된 부분의 애초 영상을 올리면서 CBC의 삭제본 방영에 대해 한심하다(pathetic)고 비난했다.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달 초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창설 70주년 런던 정상회담에서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를 비롯해 영국 총리, 프랑스 대통령 등이 그를 조롱하는 듯한 CBC 영상이 공개되자 `가짜 언론 탓`을 하며 발끈한 바 있다. [사진 출처 = 캐나다CBC 영상 캡처]
다만 척 톰슨 캐나다 CBC 대외담당 국장은 "TV 편성 시간에 맞춰 분량이 편집 됐을 뿐이며 정치적 의도는 없다"면서 "방송사가 광고 시간 등을 이유로 영화 분량 일부를 편집하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해당 부분은 이미 2014년 CBC가 영화 방영권을 사들여 삭제한 편집본으로 이전에도 삭제된 채 방영됐다"고 밝혔다. 2014년 당시에는 트럼프 대통령과 트뤼도 총리 모두 현직에 있지 않았다.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본의 아니게 체면을 구기게 됐다. 앞서 크리스마스 이브인 지난 24일 트럼프 대통령은 플로리다 주 마러라고 별장에서 세계 각지에 파병된 미군 장병들과 화상통화 당시에도 "매년 크리스마스가 되면 사람들이 '나 홀로 집에 2'를 떠올린다. 그런 크리스마스 히트작에 출연해 영광이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어 대통령은 또 "특히 어린이들이 '방금 영화에서 당신을 봤어요'라고 한다. 좋은 영화였고, 나는 지금보다 어렸다"면서 자랑스러워한 바 있다고 더힐, CNN 등 미국 언론이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16년 대선을 앞두고도 자신이 해당 영화에 출연한 점을 대대적으로 홍보했었다. '나 홀로 집에 2'는 1992년 12월에 개봉한 영화로, 트럼프 대통령은 거대한 플라자 호텔 로비에서 길 잃은 주인공 케빈(맥컬리 컬킨)에게 길을 알려주는 신사로 10초 분량 정도 등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플라자 호텔 소유주였다. 그는 1988년 플라자 호텔을 4억 달러 이상 주고 사들였지만 8300만 달러 손해를 보고 1995년에 처분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김인오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