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날로 커지는 카지노스캔들에 곤혹스런 아베
입력 2019-12-26 14:50  | 수정 2019-12-26 17:50

카지노를 포함한 통합리조트(IR) 개발사업과 관련해 현직 여당 의원이 중국 기업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체포된 가운데 다른 전현직 여당의원들까지 수사가 확대되는 등 사건이 날로 커지고 있다.
성장전략의 하나로 IR사업을 야심차게 추진해온 아베 신조 총리와 내각에선 벚꽃 스캔들에 이어 지지율을 떨어뜨릴 새로운 대형 악재의 등장에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사건을 수사 중인 도쿄지검 특수부는 이미 체포한 아키모토 쓰카사 중의원 의원(3선) 외에도 시라스카 다카키 자민당 중의원 의원(3선)과 가쓰누마 시게아키 전 중의원 의원(2선) 사무실도 압수수색했다고 일본 언론들이 26일 일제히 보도했다. 두 사람은 2017년 말 아키모토 의원과 함께 뇌물을 제공한 중국기업 '500닷컴'의 선전 본사를 방문한 바 있다. 도쿄지검 특수부에서 두 사람 외에도 또 다른 여권 인사들로까지 조사를 확대할 가능성도 있다고 일본 언론들은 보도했다. 도쿄지검 특수부는 26일에도 아키모토 의원이 고문으로 이름을 올렸던 도쿄의 파친코 회사를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 회사는 아키모토 의원 보좌관이 세운 회사다. 아키모토 의원은 이전부터 파친코 등 관련 업계 관련 활동에 적극적이었다고 NHK가 이날 보도했다.
IR전략은 2020년 방일관광객 4000만명 시대를 내건 아베 정권의 간판 정책 중 하나였다. 핵심은 그동안 금지돼있던 카지노를 허용하겠다는 것이었다. 일본 정부에선 3개 지자체에 IR사업을 허용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도쿄, 오사카, 요코하마, 후쿠오카 등을 비롯한 주요 대도시들이 유치 의지를 보이고 있다.

중국에서 온라인 도박 사이트를 운영하는 500닷컴은 홋카이도가 추진하던 IR사업 참여 및 유치를 위해 일본 정치권을 접촉했다.
아키모토 의원은 IR사업의 총괄부처인 국토교통성의 부대신이던 2017년 9월 의원회관에서 500닷컴 측으로부터 300만엔의 뇌물을 받았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이날은 중의원 해산이 이뤄진 날이다. NHK 등 일본 언론에선 300만엔이 선거 자금 지원 명목으로 이뤄졌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이후 IR사업 관련 홋카이도 방문시 경비 70만엔 역시 500닷컴에서 제공받았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홋카이도는 이후 경제성 부족 등을 이유로 IR사업 유치를 포기했다.
카지노 허용이 도박의존증 환자를 양산할 수 있다는 이유로 가뜩이나 비판을 받던 상황에서 담당 부대신의 뇌물수수 사건까지 터지면서 IR사업 역시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IR정책에 대한 의문의 목소리가 커지자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26일 "IR사업은 차질 없이 진행하겠다"며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잇따르는 스캔들로 가뜩이나 낮아진 아베 내각 지지율 역시 더 떨어질 수 것으로 관측된다.
매년 봄 세금으로 치러지는 '벚꽃을 보는 모임' 행사에 아베 총리가 지지자들을 초대하는 등 사유화했다는 이른바 '벚꽃 스캔들' 이후 내각 지지율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전달대비 5~7%포인트가량 하락했다. 벚꽃스캔들 관련 아베 내각의 설명을 믿을 수 없다는 답변이 대부분 여론조사에서 70%를 넘어서는 등 여론이 불신이 매우 높은 상황이다.
한편 일본언론에서는 최강 수사기관으로 명성을 떨쳤던 도쿄지검 특수부가 이번 사건으로 옛 명성을 회복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도쿄지검 특수부는 과거 록히드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전직 총리까지 체포하는 등 서슬퍼런 기관이었으나 최근에는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도쿄 = 정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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