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필리핀 태풍에 한국인 승객들 비행기에 7시간 갇혀
입력 2019-12-26 09:01  | 수정 2020-01-02 09:05

성탄절인 어제(25일) 필리핀의 유명 관광지 보라카이로 여행을 떠났던 한국인 관광객들이 현지를 강타한 태풍 때문에 비행기에 7시간가량 갇혀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날 오전 10시 10분 인천에서 출발해 필리핀 중부 깔리보 공항으로 향하던 팬퍼시픽항공 여객기가 기상악화로 회항해 현지시간으로 오후 1시 30분쯤 필리핀 북부 클락공항에 착륙했다고 이 여객기에 탄 승객들이 전했습니다.

깔리보 공항은 보라카이로 가는 관문 공항입니다.

전날 필리핀에 상륙한 태풍 '판폰'의 영향으로 순간 최대 풍속이 시속 195㎞에 달하는 강풍이 불어 이날 필리핀 중부 지역에서는 여객기 결항이 속출했습니다.


승객들에 따르면 이날 팬퍼시픽항공 여객기는 출발부터 고통스러운 여행을 예고했습니다.

애초 이날 오전 6시 10분 인천공항에서 이륙할 예정이었는데 4시간이나 지연됐고, 항공사 측이 이런 소식을 늦게 알려주는 바람에 이른 새벽부터 공항에서 장시간 기다려야 했습니다.

문제는 클락공항에 착륙하고 나서부터였습니다.

공항 측이 승객들의 하기를 허용하지 않아 7시간이나 180명에 달하는 승객들이 비좁은 여객기 안에 꼼짝없이 갇혀 있어야 했습니다. 승객 대다수가 한국인 관광객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는 사이 음식과 물이 모두 동나고 화장실에 물도 나오지 않아 승객들은 난민캠프를 방불케 하는 여객기 안에서 힘겨운 시간을 보내야 했습니다.

어른들은 그나마 지쳐 잠이 들기도 했지만, 어린이들은 "배고프다"며 울기도 해 여객기 안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고 복수의 승객이 전했습니다.

한 승객은 "승무원들은 '기다리라'는 말만 되풀이했다"면서 "좁은 공간에 갇혀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승객들은 현지시간으로 오후 8시 30분이 돼서야 여객기에서 내려 항공사 측이 준비한 근처 호텔로 이동할 수 있었습니다.

인천공항에서 이륙한 시간부터 환산하면 무려 12시간가량 여객기에 갇혀 있었던 셈입니다.

항공사 측은 오늘(26일) 깔리보 공항으로 가는 여객기를 준비할 예정입니다.

한편 필리핀에서는 이번 태풍으로 주택 붕괴, 정전, 홍수 등의 피해가 잇따랐고 6명이 실종됐다는 신고가 접수돼 당국이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현지 언론과 외신이 전했습니다.

또 수만 명이 크리스마스이브부터 대피해 힘겨운 시간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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