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0신년기획 / 지구촌 제로금리 공습 ③ ◆
일본 도쿄 지요다구 오테마치빌딩. 일본 핀테크협회가 운영하는 '피노랩(Finolab)' 공용 회의실에서 청바지와 후드티를 입은 핀테크 기업 대표들이 각자 노트북PC를 들고 스탠딩 회의를 하고 있었다. 피노랩 사무실에서 만난 기토 다케시 일본 핀테크협회 부회장은 "한국이나 중국보다는 느리지만, 일본 핀테크도 제로금리 시대 속 젊은 세대의 자산 증식 도구로 자리 잡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20년간 제로금리 사회를 살아온 일본에서는 최근 핀테크가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저금리가 지속되면서 단기 예금에만 돈이 몰리고, 개인 투자자들 자금이 갈 곳을 잃은 상황에서 핀테크가 기존과 다른 투자와 자산 증식의 새로운 수단으로 부상하고 있다.
기토 부회장은 "아직 규모는 작지만 크라우드펀딩이나 로보어드바이저 기업들이 등장하면서 개인, 특히 젊은 층에게 자산 관리의 새로운 돌파구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 자신도 크라우드펀딩 기업인 '크라우드 리얼리티'를 운영하며 부동산과 연계한 개인 간 거래(P2P) 투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처럼 일본 핀테크는 저금리 사회에 구원투수로 등판하면서 역할과 규모를 키우고 있다. KPMG의 '2019 세계 100대 핀테크 기업' 보고서에서는 일본 핀테크 기업 총 4곳이 최종 100대 회사에 선정됐다.
2017년만 해도 일본 핀테크는 우리나라와 동일하게 1곳만 선정됐다. 하지만 불과 2년 사이에 우리나라(2곳)보다 많은 4개 회사가 100대 핀테크 기업에 포함된 것이다. 100대 핀테크에 포함된 일본 회사 4곳 중 2곳은 자산 운용과 투자 분야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이다. 폴리오(Folio)는 증권 투자 중개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을 만들어 히트를 치고 있다. 로보어드바이저 기능이 있어 직접 투자처를 고르지 않아도 되고, 개인 맞춤형 자산 관리 기능을 선보여 기존 금융사와 다른 '대체재' 역할을 하고 있다. '토라노테크(Toranotec)'는 자산 관리 전문 핀테크로, '토라노코(Toranoko)'라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2017년 출시했다. 토라노코는 '잔돈 재테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소비자가 결제하고 남은 잔돈을 모아 투자 펀드에 넣어 자산을 불리는 개념이다.
핀테크는 일본 정부의 국가 성장 전략 청사진인 '소사이어티(Society) 5.0'의 5대 축 중 하나다. 일본 정부는 저금리 장기화로 경제 활력이 떨어지고 은행 수익성이 악화한다는 판단 아래 해법을 고심해 왔다. 고민 끝에 찾은 답이 핀테크다. 정부의 정책 드라이브로 일본 금융 소비자들은 자산을 운용·관리할 수 있는 도구가 많아졌다.
이처럼 투자 공식을 새롭게 쓰고 있는 일본 핀테크는 발전 가능성도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고객을 위해 맞춤형 투자처를 발굴해 자산을 운용해주는 일본 로보어드바이저 분야 선두 주자인 '웰스내비(WealthNavi)'는 지난달 닛케이의 차세대 유니콘 조사에서 기업가치 390억엔(약 4149억원)을 기록하며 전체 7위를 차지했다. 11월 말 기준 웰스내비 서비스에 등록된 계정 숫자는 26만개, 자금 규모는 1900억엔(약 2조원)에 육박한다. 2016년 서비스를 시작해 지난해 7월까지만 해도 관리하는 자산이 900억엔에 불과했다. 1년4개월 사이에 자산 관리 규모가 두 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특히 웰스내비는 30~50대 회원 비중이 80%에 육박한다. 이 중 30·40대 비중이 각각 34%, 31%를 차지한다. 웰스내비 이용자 중 72%는 은행에 잠자고 있는 여유 자금을 생산적으로 운용하기 위해 웰스내비에 가입했다고 답했다.
다케하나 가쓰토시 노무라종합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최근에는 라인 같은 '빅테크' 기업들도 앱 내에서 주식 투자, 보험 가입을 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라인은 지난 8월 주식 투자 기능을 앱에 탑재했다.
유럽에서도 핀테크 역할이 커지고 있다. 제로금리 시대엔 매달 알게 모르게 나가는 지출을 줄이는 것이 재테크의 시작이다. 덴마크 핀테크 업체 '수바이오(Subaio)'는 여기에 집중해 구독 관리 서비스를 선보였다.
2016년 창업한 수바이오는 쉽게 말해 고객들의 '구독'을 관리해주는 핀테크 업체다. 노래부터 영화까지 뭐든지 구독하는 '구독경제'에 꼭 필요한 서비스다. 쇠렌 닐센 수바이오 최고영업책임자(CCO)는 "사람들이 몇 가지 서비스를 구독하는지 한번에 보여주고 쉽게 신청·해지할 수 있도록 창업했다"고 했다. 그는 "북유럽 사람들은 보통 1인당 8개 서비스를 구독한다"며 "수바이오 서비스를 이용하면 고객 한 명당 1년에 평균 210유로(약 27만원)를 아낄 수 있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 이승훈 차장(샌프란시스코·LA) / 김강래 기자(도쿄) / 정주원 기자(런던·암스테르담·바우트쇼텐) / 이새하 기자(스톡홀름·코펜하겐·헬싱키)][ⓒ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일본 도쿄 지요다구 오테마치빌딩. 일본 핀테크협회가 운영하는 '피노랩(Finolab)' 공용 회의실에서 청바지와 후드티를 입은 핀테크 기업 대표들이 각자 노트북PC를 들고 스탠딩 회의를 하고 있었다. 피노랩 사무실에서 만난 기토 다케시 일본 핀테크협회 부회장은 "한국이나 중국보다는 느리지만, 일본 핀테크도 제로금리 시대 속 젊은 세대의 자산 증식 도구로 자리 잡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20년간 제로금리 사회를 살아온 일본에서는 최근 핀테크가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저금리가 지속되면서 단기 예금에만 돈이 몰리고, 개인 투자자들 자금이 갈 곳을 잃은 상황에서 핀테크가 기존과 다른 투자와 자산 증식의 새로운 수단으로 부상하고 있다.
기토 부회장은 "아직 규모는 작지만 크라우드펀딩이나 로보어드바이저 기업들이 등장하면서 개인, 특히 젊은 층에게 자산 관리의 새로운 돌파구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 자신도 크라우드펀딩 기업인 '크라우드 리얼리티'를 운영하며 부동산과 연계한 개인 간 거래(P2P) 투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처럼 일본 핀테크는 저금리 사회에 구원투수로 등판하면서 역할과 규모를 키우고 있다. KPMG의 '2019 세계 100대 핀테크 기업' 보고서에서는 일본 핀테크 기업 총 4곳이 최종 100대 회사에 선정됐다.
2017년만 해도 일본 핀테크는 우리나라와 동일하게 1곳만 선정됐다. 하지만 불과 2년 사이에 우리나라(2곳)보다 많은 4개 회사가 100대 핀테크 기업에 포함된 것이다. 100대 핀테크에 포함된 일본 회사 4곳 중 2곳은 자산 운용과 투자 분야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이다. 폴리오(Folio)는 증권 투자 중개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을 만들어 히트를 치고 있다. 로보어드바이저 기능이 있어 직접 투자처를 고르지 않아도 되고, 개인 맞춤형 자산 관리 기능을 선보여 기존 금융사와 다른 '대체재' 역할을 하고 있다. '토라노테크(Toranotec)'는 자산 관리 전문 핀테크로, '토라노코(Toranoko)'라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2017년 출시했다. 토라노코는 '잔돈 재테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소비자가 결제하고 남은 잔돈을 모아 투자 펀드에 넣어 자산을 불리는 개념이다.
핀테크는 일본 정부의 국가 성장 전략 청사진인 '소사이어티(Society) 5.0'의 5대 축 중 하나다. 일본 정부는 저금리 장기화로 경제 활력이 떨어지고 은행 수익성이 악화한다는 판단 아래 해법을 고심해 왔다. 고민 끝에 찾은 답이 핀테크다. 정부의 정책 드라이브로 일본 금융 소비자들은 자산을 운용·관리할 수 있는 도구가 많아졌다.
다케하나 가쓰토시 노무라종합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최근에는 라인 같은 '빅테크' 기업들도 앱 내에서 주식 투자, 보험 가입을 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라인은 지난 8월 주식 투자 기능을 앱에 탑재했다.
유럽에서도 핀테크 역할이 커지고 있다. 제로금리 시대엔 매달 알게 모르게 나가는 지출을 줄이는 것이 재테크의 시작이다. 덴마크 핀테크 업체 '수바이오(Subaio)'는 여기에 집중해 구독 관리 서비스를 선보였다.
2016년 창업한 수바이오는 쉽게 말해 고객들의 '구독'을 관리해주는 핀테크 업체다. 노래부터 영화까지 뭐든지 구독하는 '구독경제'에 꼭 필요한 서비스다. 쇠렌 닐센 수바이오 최고영업책임자(CCO)는 "사람들이 몇 가지 서비스를 구독하는지 한번에 보여주고 쉽게 신청·해지할 수 있도록 창업했다"고 했다. 그는 "북유럽 사람들은 보통 1인당 8개 서비스를 구독한다"며 "수바이오 서비스를 이용하면 고객 한 명당 1년에 평균 210유로(약 27만원)를 아낄 수 있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 이승훈 차장(샌프란시스코·LA) / 김강래 기자(도쿄) / 정주원 기자(런던·암스테르담·바우트쇼텐) / 이새하 기자(스톡홀름·코펜하겐·헬싱키)][ⓒ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