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사회주의식 규제가 韓증시 저평가 핵심원인"
입력 2019-12-24 17:46  | 수정 2019-12-24 19:56
한국 시장에 대한 크레디리요네증권(CLSA·Credit Lyonnais Securities Asia)의 보고서가 금융가에서 연일 회자되고 있다. 정부의 규제 기조를 '사회주의'에 빗대며 증시 저평가의 원인으로 지목했기 때문이다.
CLSA증권은 지난 19일 '규제 공화국'이란 제목의 한국 시장 전망 보고서를 발표했다. 리포트의 총괄자는 한국 리서치 부문을 이끌고 있는 최명환(Paul Choi) 본부장이다. 그는 뉴욕 티드만인베스트먼트그룹, 싱가포르 코어베스트캐피털매니지먼트,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라자드자산운용 등에 몸담으며 대부분의 이력을 펀드매니저로 보냈다. 2016년 6월 CLSA증권 리서치본부에 합류해 현재까지 활약하고 있다.
최 본부장은 늘어나는 정부 규제와 사회주의식 정책 기조가 한국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봤다. 이런 상황에선 기업들과 일자리, 자금 모두 바깥으로 빠져나갈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한국 정부의 조치들은 계속해서 시장경제의 기반을 악화시키고 있다"며 "투자자 입장에서 한국의 핵심 위험인 정치적인 상황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그의 이야기는 결코 허황된 맥락이 아니다. 수출입은행에 따르면 올 들어 국내 중소기업들의 해외 설비투자 규모는 사상 처음으로 국내 투자액을 뛰어넘었다. 개인투자자도 마찬가지 행보를 보이고 있다. 빡빡한 자본이득세를 피하고자 해외 주식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해외주식 직구족'의 투자 규모만 3000억달러(약 350조원)에 육박할 정도다. 현대차는 카풀 스타트업 '럭시'에 50억원을 투자했지만 '타다 금지법' 여파로 1년도 안돼 보유 지분을 모두 팔아치우고 철수했다. 현대차와 네이버, SK그룹이 투자한 카 셰어링 서비스 기업은 모두 해외에 있다. 경제 주체를 막론하고 모두 해외로 시선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그는 "투자자와 기업들이 한국 시장에 '작별 인사(kiss goodbye)'를 건네고 있는 상황"이라며 "규제 완화와 개혁 없인 대외 변수에 크게 영향받는 한국 경제의 구조가 바뀔 수 없다"고 말했다.
최 본부장은 그 밖에도 △대출을 금지하고 세금을 늘린 최근의 부동산 정책 △타다 금지법 △ "종부세를 3배 올려야 한다"는 박원순 서울시장 발언 등을 사회주의 정책 기조로 거론했다. 그는 "타다 같은 스타트업 서비스를 강하게 규제하는 것은 한국의 자기자본이익률(ROE)과 밸류에이션을 높이는 데 보탬이 안 된다"며 "민간 영역이 야성과 기업가 정신을 십분 발휘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줘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렇다고 그가 한국 시장에 대해 '매도' 의견을 제시한 것은 아니다. 한국 시장은 밸류에이션 측면에서 여전히 매력적인 투자처라는 점을 강조했다. 경기 사이클상 바닥에 가까워져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삼성전자와 한국조선해양, 현대차, NAVER, SK하이닉스 등 다섯 종목에 대해 '매수' 의견을 건넸다.
CLSA증권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기자 출신 세 명이 1986년 함께 창립했다. 본사는 홍콩에 위치했으며 아시아, 미국, 유럽 각지 20개 도시에 약 1800명의 직원을 두고 있다. 프랑스 최대 리테일 금융그룹인 크레디아그리콜 계열사 였으나 2013년 중국 중신증권(CITIC Securities)에 팔렸다. 중국 금융사가 글로벌 증권사를 사들인 최초의 사례다. 한국 법인은 국내에 2002년 상륙했으며 주식 및 파생상품 세일즈에 주력하고 있다. 인력은 김종민·임종수 공동대표를 비롯해 약 50명이다.
[강우석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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