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15억 넘는 집 매수문의 뚝 끊겼어요"…9억 이하는 연일 최고가
입력 2019-12-23 18:05  | 수정 2019-12-23 20:44
15억원 초과 아파트 대출을 금지한 12·16 부동산 대책 이후 서울 아파트 거래가 줄어들고 있다. 사진은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가 위치한 잠실 일대 아파트 단지 전경. [한주형 기자]
◆ 12·16 부동산대책 후폭풍 ◆
"대출이 완전 막혀버렸으니 아무래도 현금 부자들 아니면 엄두도 못 내죠. 지난달만 하더라도 매수 문의가 많았는데 지난 일주일간은 조용하네요. 그렇다고 호가가 내려간 건 아닌데, 사려는 사람들이 대출도 안 되는 데다 정책이 나온 지 얼마 안 돼서 (시장을) 지켜보는 분위기예요."
23일 서울 강남구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불과 이달 초까지 이어지던 열기가 다소 식은 모습"이라면서 "거래량이 주춤해 향후 (집값은)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15억원 초과 아파트에 대한 대출을 전면 금지한 12·16 부동산 대책 이후 초고가 아파트 거래가 얼어붙고 있다. 이에 반해 대출 금액이 줄어든 9억~15억원 아파트나 대출 금액이 종전과 똑같은 9억원 이하 아파트는 거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9억원 안팎 아파트 위주로 신고가 행진이 이어지며 15억원 초과 아파트와 '갭 메우기'를 하는 모양새다. 전문가들은 규제를 피한 곳으로 수요가 몰리는 '풍선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신고시스템에 따르면 정부의 12·16 대책 발표 이후 15억원 초과 대출 금지가 시행된 17일부터 일주일간 전국 아파트 거래 건수는 1392건이었고, 이 중 15억원 초과 건수는 3건(약 0.2%)이었다. 서울 개포동 경남2차(182㎡)가 18일 26억원에 거래됐고, 같은 날 청담자이(49㎡)가 17억4000만원에 거래됐다. 이들 아파트는 주택담보대출이 안 나오기 때문에 매수자는 대출 없이 계약한 것으로 추정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전문위원은 "15억원 초과 아파트는 일부 신고가로 거래가 이뤄지고 있지만 이는 '현금 부자'들인 경우로, 사실상 실수요나 투자 목적으로 강남에 진입하려는 사람들의 대출이 끊겨 초고가 아파트의 상승세 동력은 당분간 떨어질 것"이라고 했다. 매매 계약이 이뤄진 뒤 60일 이내 신고하기로 돼 있기 때문에 이 기간 이뤄진 거래는 더 있을 수 있지만, 그것을 감안하더라도 직전 일주일간 거래량과 비교해 15억원 초과 거래 건수는 대폭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대책이 발표되기 일주일 전(12월 10~16일)에는 15억원 초과 아파트 거래가 43건이었고, 이달 첫째주(3~9일)에는 49건이었다. 지난달 26일~이달 2일에는 압구정 현대7차(47억5000만원), 반포자이(36억5000만원) 등 30억원 넘는 초고가 아파트를 비롯해 15억원 초과 아파트가 79건이나 거래됐다.
강남구 도곡동 중개업소 대표는 "원체 매물 품귀 현상이 나타난 데다 대출 규제의 직격탄을 맞아 매수 문의가 좀 줄어들었다"면서 "그러나 매물 수가 한 손에 꼽힐 정도로 적었기 때문에 가격에는 별다른 영향이 없다"고 말했다. 9억원 초과 분에 대해서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 20%가 적용되는 9억~15억원 이내 아파트는 종전에 비해서는 매수세가 주춤하지만, 거래되는 것은 신고가를 기록하고 있다. 대출이 줄긴 했지만 아예 대출이 금지된 것은 아니어서 15억원을 넘기 전에 사겠다는 실수요자들이 계약을 서둘렀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위례 그린파크 푸르지오는 18일 13억2500만원 신고가에 손바뀜됐다. 광교 이편한세상도 같은 날 종전 기록(11억2000만원)보다 1억원 높은 가격(12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신금호파크자이는 이날 14억2000만원에 팔렸다.
시세(KB국민은행 기준)가 15억원으로 오르기 전에 하루라도 빨리 사겠다는 매수자들이 많다는 얘기다. KB시세 기준 12억~14억원인 신촌푸르지오(84~109㎡)는 15억원 이하로 낮춘 매물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매수 문의도 꾸준하다. 인근 공인중개사는 "대책 전에 체결된 신고가 실거래 신고들이 늦어져 아직 KB시세가 12억~13억원에 머물고 있다. 대출이 4억원 중반까지 가능하기 때문에 KB시세가 15억원으로 찍히기 전에 사겠다는 사람들이 서두르고 있다"고 했다. 이 공인중개사는 "이 일대에 15억원 이내 아파트가 몇 개 안 되기 때문에 지금이라도 잡자는 사람들이 많다"고 했다.
9억원 이하 아파트는 실수요자 중심으로 매수세가 강하게 붙고 있다. 이번 대책으로 9억원 넘는 주택의 대출 문턱이 확 높아지면서 그나마 규제가 덜하고 세금 부담이 작은 9억원 이하 주택으로 수요가 몰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9억원 이하 아파트가 몰려 있는 곳에서 신고가가 속출했다. 길음역 금호어울림센터힐은 대책이 발표된 16일 종전 최고가(8억원)보다 1억8000만원 높은 가격(9억8000만원)에 거래됐다. 답십리대우(114㎡)는 19일 8억3000만원에 거래됐다. 분당 까치마을은 18일 6억3000만원(최고가)에 손바뀜됐다. 서대문구 홍제동의 인왕산현대(114.72㎡)는 17일 8억1000만원에 거래되며 전고가를 넘어섰다.
박원갑 수석전문위원은 "대출이 아예 안 나오는 15억원이 벽을 치고 있다. 그 아래 아파트는 계속 오를 것이라고 보기 때문에 대출이 유리할 때 하루라도 빨리 사자는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다. 15억원 초과 대출 금지에 대한 풍선 효과와 강남과 비강남 지역의 갭 메우기가 겹치면서 9억원 주변 아파트 상승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했다.
오히려 9억원 이하 아파트는 대책 이후 호가가 상승하고 있다. 노원구 '중계5단지' 전용면적 58㎡는 지난주 5억9000만원에 거래됐지만 12·16 대책이 나오고 이틀 만에 호가가 4000만원가량 올랐다. 상계주공5단지 인근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대책 이후 대출 규제가 덜한 9억원 미만 매물을 실거주용으로 찾는 문의가 늘면서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집주인들 기대감도 커지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선희 기자 / 박윤예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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