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자의 오리지널 금연치료제 '챔픽스'에 대한 국내 제약사들의 염(salt)변경 복제약(제너릭)이 챔픽스 특허를 침해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로써 지난 2016년 9월부터 챔픽스를 둘러싸고 진행된 국내 제약사와 화이자 간 특허 분쟁은 화이자 측 승리로 마침표를 찍게 됐다.
20일 한국화이자제약에 따르면 이날 특허법원은 화이자가 국내 20여 개 제약사들을 상대로 제기한 권리범위 확인심판 2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번 판결은 지난해 4월 1심 격인 특허심판원이 내린 판결을 뒤집은 것이어서 주목된다. 당시 1심은 염변경 약물이 오리지널 의약품의 연장된 물질특허 권리 범위에 속하지 않는다며 국내사들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2심인 특허법원은 이 심결을 취소하며 화이자에 승소 판결했다. 염변경을 통해 물질특허의 연장된 존속기간을 회피하는 건 정당하지 않다는 것이다.
염은 약물 안전성과 체내 흡수율을 높이는 데 도움을 주는 원료물질로 약효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 염변경 복제약은 오리지널 의약품 성분 중 염을 바꾼 것으로 신약에 비해 제조 과정이 쉬울 뿐 아니라 그동안 특허를 회피하기 쉽다는 점 때문에 다양한 제약사들이 적극 활용해 왔다. 실제로 1심에서 승소한 한미약품·대웅제약 등 20여 개 국내 제약사는 지난해 11월부터 챔픽스 염변경 제품을 발매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염변경으로 특허를 회피하려는 전략은 사실상 불가능하게 됐다. 이번 2심 판결에 영향을 준 또 다른 확정 판례도 앞서 나왔기 때문이다. 올해 1월 대법원은 과민성 방광치료제 '솔리페나신' 성분을 둘러싸고 오리지널 제약사인 아스텔라스와 복제약 회사들이 벌인 염변경 특허분쟁에서 아스텔라스 측에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 판결이 이번 챔픽스 2심에도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오동욱 한국화이자제약 사장은 "이번 판결을 계기로 국내외 제약회사의 혁신 의약품에 대한 권리가 존중되고 특허권 존속기간 연장제도의 취지도 잘 유지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업계는 이번 2심 판결이 사실상 최종심이나 다름없다고 보고 있다. 챔픽스의 물질특허 만료가 내년 7월 19일이면 끝나기 때문이다. 만약 국내 제약사들이 2심에 불복해 3심인 대법원에 상고하더라도 판결까지 소요되는 기간을 감안하면 당초 특허분쟁의 주요 이유였던 '연장된 특허 존속기간 회피'는 내년 7월이면 이미 완료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더욱이 최근 흡연율 감소로 금연치료제 매출도 줄어들고 있어 이번 화이자 측 승소 판결이 국내 제너릭 회사들에 미치는 영향도 생각보다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서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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