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영자 목소리가 기업 위험 좌우한다"
입력 2019-12-20 11:31 

경영자의 음성 정보가 기업 위험을 좌우할 수 있다는 연구논문이 나와 화제를 모으고 있다. 지난 7일 한국증권학회가 주최하고 매일경제가 후원한 제14회 국제콘퍼런스(CAFM 2019)에서 김영한 성균관대 글로벌경영학과장은 최고경영자(CEO)의 목소리에 주목했다.
김 학과장은 이날 "월가 CEO 인터뷰 파일들을 분석한 결과 낮은 목소리의 사람들이 더 위험하게 회사를 운영했다"며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더 많이 회사에서 쫓겨났던 것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최근 기업문화에 대한 연구들에 따르면 CEO라는 존재가 기업문화를 대표하는 상징적인 존재이며, CEO 특징이 기업문화를 결정짓는다. 이에 이사회는 그러한 점을 감안해 자신들이 지향하는 문화에 맞는 사람들을 CEO 자리에 앉혔다.
이러한 점을 착안해 김 학과장을 비롯한 연구진들은 월가 남성 CEO들의 TV 인터뷰 파일을 다운받아서 음성파일을 분석했다. 김 학과장은 "남성들의 목소리는 변성기 때에 남성호르몬에 영향을 받는다"며 "남성호르몬이 왕성한 경우 성대가 커져서 더 낮은 목소리를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금융위기 이전에 보다 더 남성호르몬이 왕성한 문화를 지향했던 회사들에서 위험도가 크게 나타났다면, CEO의 목소리가 낮을수록 회사 주가 변동성도 높았을 것"이라며 "위기 직후 중앙은행과 금융감독 당국에서 무모한 위험추구를 금지시킴과 동시에 남성호르몬이 불거지는 문화를 지양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학과장은 "CNBC방송의 월가 CEO 인터뷰 파일 분석한 결과 낮은 목소리의 사람들이 더 위험하게 회사를 운영했다"며 "위기 직후 더 많이 쫓겨났던 것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목소리는 항상 고정된 음으로 나오는 것이 아니라 톤에 따라 변하기도 하고, 스트레스 수준이라든가 하루 중에 아침이냐 저녁이냐에 따라서 약간씩 변하기도 한다. 이에 연구진들은 음성에 영향을 주는 요소들을 모두 제거한 후 나오는 잔차 음성을 갖고 분석했다. 이 과정에서 발견된 재미있는 현상은 같은 CEO라도 인터뷰를 아침에 한 것일수록 음성이 저음으로 나왔다는 것이다. 아침에 남성호르몬이 왕성한 탓이다. 아울러 젊은 CEO들의 음성이 나이 많은 CEO들보다 저음으로 나왔다.
이번 연구를 통해 회사의 재무적 기업문화가 CEO의 음성으로 파악될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 김 학과장은 "이번 연구결과를 수천만 개인 고객에게 적용하게 될 날도 올 것으로 본다"며 "은행이든 증권사·보험사 입장에서는 개인 고객이 얼마나 위험선택을 좋아하는지를 측정하는 것이 초미의 관심사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금융기관들로서는 핀테크의 일환으로 이같은 음성 파일들을 활용해 보다 정교하게 개인고객들의 위험선호를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벤처 캐피탈리스트들이나 사모펀드 매니저들 입장에서도 관리하는 회사들의 CEO들을 보다 잘 이해하는 데에 이런 음성 파일이 쓰이게 될 수 있다. 이미 중국에서는 얼굴 인식과 음성인식이 핀테크의 중요한 부분으로 비약적으로 발전했고, 인도에서는 국민들의 생체정보를 데이터베이스화하는 작업이 시작됐다.
[김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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