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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연주에 야유, 23분의 침묵…살벌했던 홍콩-중국전 [동아시안컵]
입력 2019-12-18 18:05  | 수정 2019-12-18 19:14
홍콩과 중국의 2019 EAFF E-1 챔피언십 남자부 대결은 경기 외적으로 뜨거운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홍콩 민주화 시위 후 펼쳐지는 양 팀의 첫 번째 A매치였다. 부산 아시아드아주경기장의 관중석에서 날 선 신경전이 펼쳐졌으나 우려했던 물리적인 충돌은 없었다. 사진(부산)=김영구 기자
매경닷컴 MK스포츠(부산) 이상철 기자
18일 오후 부산 아시아드주경기장 주변은 살벌한 분위기였다.
평소보다 많은 경찰과 안전요원이 배치됐다. 민주화 시위로 경색된 중국과 홍콩이 2019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남자부 경기를 치르면서 긴장이 고조됐다.
홍콩에서 격렬한 시위와 강경 진압으로 세계적인 이슈로 떠오른 만큼 양 팀 팬의 충돌이 우려됐다. 두 팀의 A매치 경기는 2015년 11월 17일 홍콩에서 벌어진 2018 러시아 월드컵 2차 예선 이후 4년 만이었다.
경기장 곳곳에는 안전 통제와 관련한 공지가 붙어 있었다. 국제축구연맹(FIFA)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규정에 의거해 정치적 행위와 표현, 정치적 의사표현을 위한 설치물 반입, 차별적 언행과 행동을 금지한다는 내용이었다. 입장하는 관중의 검문검색도 강화됐다.
값비싼 티켓 때문인지, 방학 때문인지 예상보다는 적은 관중이었다. 주최 측은 국내에 체류 중인 중국인과 홍콩인이 경기 당일 집결할 것으로 예상하고 안전사고에 대비했다.
양 팀 팬은 멀찍이 떨어져 앉았다. 홍콩 팬은 북측, 중국 팬은 남측에 자리했다. 눈에 띄는 점은 ‘숫자였다. 홍콩 팬이 100여명으로 중국 팬보다 훨씬 많았다.


그라운드 안보다 밖이 더 치열했다. 관중 숫자는 적었으나 신경전이 펼쳐졌다. 경기 전 국가 ‘의용군진행곡 연주에 홍콩 팬은 뒤로 돌아 야유를 퍼부었다. 이에 중국 팬은 큰 목소리로 국가를 제창해 대조를 이뤘다.

응원전은 시위의 연장선이었다. 초반 분위기를 주도한 홍콩 팬은 영국령 홍콩기를 내걸고 ‘홍콩은 중국이 아니다 ‘홍콩을 위해 싸우자 등의 현수막을 들었다. 위 아 홍콩”이 울려 퍼졌다. ‘일국양제를 거부하며 홍콩 독립을 요구하는 목소리였다.
오성홍기를 펼친 중국 팬은 조용히 경기를 지켜봤다. 어떤 응원 구호도 외치지 않았다. 침묵은 전반 23분에 깨졌다. 중화인민공화국 홍콩특별행정구 기본법(제23조)을 뜻하는 메시지였다. 즉, 홍콩은 중국의 일부라는 주장이다.
홍콩과 중국은 나란히 2패를 기록해 사실상 3위 결정전이었다. 그렇다고 결과가 의미 없는 건 아니었다.
특히 세계랭킹 139위 홍콩이 75위 중국을 이긴다면, 엄청난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 홍콩의 중국전 승리는 1985년 5월 19일 중국 베이징에서 벌어진 1986 멕시코 월드컵 1차 예선(2-1 승)이 마지막이다.
홍콩과 중국의 2019 EAFF E-1 챔피언십 남자부 대결은 경기 외적으로 뜨거운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홍콩 민주화 시위 후 펼쳐지는 양 팀의 첫 번째 A매치였다. 부산 아시아드아주경기장의 관중석에서 날 선 신경전이 펼쳐졌으나 우려했던 물리적인 충돌은 없었다. 사진(부산)=김영구 기자
하지만 이변은 일어나지 않았다. 전반 9분 만에 지시앙에 실점한 홍콩은 81분 동안 동점골을 넣지 못했다. 전반 17분 지오바니 알베스 다 실바의 슈팅이 크로스바를 때렸으나 전반적으로 중국에 밀렸다.
시간이 흐를수록 중국의 공세를 막기에 급급했다. 후반 26분에는 페널티킥을 헌납했고 장시저가 추가 득점에 성공했다. 10월 10일 월드컵 예선 괌전(7-0 승) 이후 A매치 5경기 만에 거둔 승리였다. 홍콩을 2-0으로 이긴 중국(승점 3)은 3위로 대회를 마감했다. 홍콩(승점 0)은 무득점 전패로 최하위를 기록했다.
우려와 달리 물리적인 충돌은 없었다. 식은땀을 흘리며 촉각을 곤두세웠던 조직위원회는 수많은 양 팀 팬이 떠난 뒤에야 가슴을 쓸어내렸다. rok1954@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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