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종합2보] 새주인 맞는 아시아나 vs 이스타 품는 제주항공…1위 대한항공 `바짝` 추격
입력 2019-12-18 16:53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양강구도에 저비용항공사(LCC)간 경쟁하던 기존 국내 항공업계가 '빅3'와 LCC 업계로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강력한 자금력을 가진 HDC현대산업개발 품에 아시아나항공이 안길 예정인데다 이스타항공마저 제주항공에 인수되면서 항공그룹간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애경그룹 자회사로 국내 1위 LCC인 제주항공은 18일 이스타항공 최대주주인 이스타홀딩스와 주식매매계약(SPA)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 주식 497만1000주(지분율 51.17%)를 695억원에 인수할 예정이다. 이달 내 SPA 체결을 목표로, 오는 26일부터 2020년 1월 9일까지 이스타항공 인수를 위한 실사 작업에 돌입한다.
제주항공은 MOU 이행을 위한 이행보증금으로 115억원을 이스타홀딩스 측에 지급하기도 했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제주항공은 항공업계 재편을 목표로 이스타항공 측에 먼저 매각을 제안했고, 이스타항공이 이 제안을 긍정적으로 수용하면서 양사 합의가 이뤄졌다. 이스타항공은 지난해 말 기준 50%가량 자본이 잠식돼 시장에서 매각설이 꾸준히 제기됐다.

제주항공은 규모의 경제를 실현함으로써 앞으로 시장점유율 확대 및 시장 주도권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앞서 제주항공은 프리미엄 이코노미 좌석인 뉴클래스를 선보이는 등 대형항공사(FSC)로서의 재편을 준비해왔다.
특히, 스톤브릿지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적극 뛰어들었던 제주항공이 결국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에 밀려 고배를 마시긴 했지만, 항공업계 비중 확대에 강력한 의지를 보여온 만큼 매물로 나온 이스타항공 인수에 나선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애경그룹은 지난 2005년 LCC 모델을 국내 항공업계에 처음 도입해 이듬해 제주항공을 설립한 뒤 5년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하는 등 이상적으로 항공업을 운용해왔다. 지난해에는 LCC 최초로 매출 1조원을 달성했다.
특히,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해 쓰려던 1조5000억원보다 적은 695억원으로 이스타항공을 인수하면서 상대적으로 적은 자금 부담으로도 몸집을 키울 수 있게 됐다. 제주항공에 따르면 이스타항공 인수 시 올해 3분기 기준 국내선 점유율은 24.8%로 국내 항공업계 1위 사업자인 대한항공(23.6%)보다 높다. 국제선 점유율은 19.5%로 아시아나항공(23%)을 바짝 추격하게 된다.
다만, 제주항공은 이스타홀딩스와 당분간 이스타항공을 공동경영할 방침이다. 이스타항공은 전환사채 200만주를 보유해 주식으로 전환할 경우 제주항공에 이어 이스타항공 2대 주주가 된다. 이스타홀딩스는 이스타항공 경영 안정화에 협조하겠단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나항공 역시 이름 빼고는 다 바꾼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대대적인 개편을 예고하고 있다.
앞서 정몽규 HDC그룹 회장은 아시아나항공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직후 기자간담회를 갖고 "항공산업 뿐 아니라 모빌리티그룹으로 한걸음 더 도약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힌 바 있다.
당시 정 회장은 앞으로 아시아나항공이 항공업계 최고 수준의 재무건전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신형 항공기와 서비스 분야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를 약속하기도 했다. 현재 HDC현대산업개발은 아시아나항공의 성공적인 인수를 위한 태스크포스팀이 꾸려진 상황이다. HDC그룹이 호텔과 면세점 등 항공 유관사업을 운영하고 있는 만큼 시너지도 기대된다.
항공업계 '큰 형님'인 대한항공을 운영하는 한진그룹도 대한항공 중심의 그룹 운영을 예고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지난달 미국 출장길에서 특파원들과 만나 "항공운송 관련 사업 외엔 관심이 없다"며 "대한항공이 주축이고, 이를 지원하는 사업 외엔 별로 관심이 없다"고 재차 강조한 바 있다.
그는 "대한항공이 전체적으로 자리 잡으면 오히려 정리할 것이 좀 있을 것 같다"고 말해 항공운송 관련 사업 외 사업군에 대한 구조조정 가능성을 내비치기도 했다.
'빅3'간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는 가운데 최근 신규 LCC인 플라이강원이 운항을 시작했고, 내년에는 에어로케이와 에어프레미아가 취항을 앞두고 있어 국내 항공사는 9개가 된다. 미국 내 LCC는 9개사이고 일본은 8개, 중국은 6개인 것을 감안하면 국내 항공사 수가 지나치게 많아 경쟁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나온다.
추가적인 항공업계 인수합병(M&A) 가능성도 존재한다. 아시아나항공이 HDC지주회사의 자회사인 HDC현대산업개발에 인수될 경우,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인 에어서울과 에어부산은 HDC지주회사의 증손회사가 되기 때문이다. 공정거래법상 증손회사로 편입될 경우 지주사는 2년 내 지분 100%를 확보하거나 증손회사를 매각해야 한다.
[디지털뉴스국 배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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