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이세돌 '신의 한 수'에 무너진 한돌…'2점 접바둑' 낯설었나
입력 2019-12-18 16:12  | 수정 2019-12-25 17:05

국산 바둑 인공지능(AI) 프로그램 '한돌'이 이세돌 9단에게 무릎을 꿇었습니다.

이세돌은 오늘(18일) 강남구 도곡동 바디프랜드 사옥에서 열린 한돌과의 제1국에서 92수 만에 흑 불계승을 거뒀습니다.

이번 대국은 객관적인 기력(棋力) 차이로 이세돌이 2점을 먼저 깔고 시작했습니다.

핸디캡을 안고 시작한 한돌은 초반 차분하게 공세를 펼쳤으나 이세돌의 78수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한순간에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애초 예상보다 훨씬 이른 시점에 다소 허망하게 당한 패배였습니다.


이창율 NHN 게임AI 개발팀장은 국후소감에서 "솔직히 말해 전혀 예상을 못 한 상황"이라며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이 팀장은 "이세돌 9단이 둔 78수를 한돌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며 "알파고와의 4국에서도 78수로 이긴 것으로 기억하는 데 솔직히 소름이 돋는다"고 거듭 혀를 내둘렀습니다.

일각에서는 이세돌의 78수를 예상치 못한 한돌이 버그(오류)를 일으킨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나왔습니다.

이에 대해 NHN 관계자는 "버그는 아니고 이세돌이 대처를 잘했다는 것이 개발진의 평가"라며 "이세돌이 신의 한 수를 뒀다"이라고 말했습니다.


유력한 패인은 그간 호선(맞바둑)만을 둬오던 한돌이 2점을 먼저 깔아주는 이번 승부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한돌은 호선에서는 그야말로 막강했습니다. 지금보다 기력이 10%정도 낮은 2.1 버전 시절이던 올해 1월 신민준 9단·이동훈 9단·김지석 9단·박정환 9단·신진서 9단과 호선을 펼쳐 5연전을 모두 이겼습니다.

한돌은 이번 대국을 앞두고 두 달여 동안 프로기사들과 접바둑을 두며 연습을 했습니다.

이 팀장은 "머신러닝(기계학습)이라는 게 학습량이 많으면 많을수록 능력이 올라가는데 이번엔 학습량이 많지 않았다"며 "이세돌 9단이 물론 잘 둬서 그런 것이지만 전체적인 학습량이 부족한 영향이 있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이세돌도 25년 프로 기사 생활에서 접바둑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번 대국을 앞두고 열흘 동안 연습한 게 전부라고 합니다. 결국 나란히 낯선 상황에서 인간의 유연성이 기계를 앞섰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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